서울 서초구청을 찾는 민원인들은 1층 민원실 한켠에 있는 ‘무료작명봉사센터’라는 이색창구앞에 발길을 멈추게 마련이다. 이 이색 민원창구를 지키는 이동우(52ㆍ사진) 호적계장은 “사람의 얼굴이라할 이름을 지어주는일이 너무나도 즐겁다”고 말한다.이 계장은 1998년 8월부터 이 곳에서 출생신고나 개명신청을 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지어주는 아마추어 작명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릴것을 우려해 서초구민에게만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러나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이나 생활보호 대상자 등에게는 10만원을 웃도는 작명료를 아껴 준다는 명분으로 지역에 관계 없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생아 뿐만 아니라 상호, 아호, 종종 개명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5년 동안 이 계장의 손을 거친 각종 이름은 모두 4,000여개가 넘는다.
“1명 당 2~3개를 지어달라고 하는 바람에 하루 3~4건씩 일이 밀려있어곤혹스럽다”는 이씨는 “이름 만큼 한 사람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게있을까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 계장의 작명 욕구는 한학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됐다. 천자문을 가르치면서 이름에 쓰이는 한자를 자세히 설명하는 훈장선생님을 보고 흥미를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독학으로 사주나 육효를 공부한 이 계장은 74년 한국 역술인학회 정회원으로 가입했으며, 98년에는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역학 과정을 공부하기도 했다.
이 계장의 작명 실력은 작명업계에서도 알아주는 수준이다. 학교에서 왕따신세를 벗어나지 못해 전학을 하던 학생이 이 계장의 도움으로 개명한 뒤학교생활을 적극적으로 하게 된 일을 가장 인상깊은 순간으로 꼽았다.
지난 해 12월에는 이 계장의 팬 클럽이 인터넷 카페를 만들기도 했다. 이름에 대한 관심이 높은 회원 140여명이 가입했으며, 이들을 상대로 이 계장은 즉석 온라인 상담을 하기도 한다.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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