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이상 건강한 성인의 약 30%가 아무 증상이 없어도 뇌경색(뇌혈관이 막히는 증상)을 갖고 있고, 폐기능 저하가 이에 큰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신경과 김영인ㆍ김중석 교수팀은 지난해 별다른 신경증상 없이 건강진단센터에 내원한 40세 이상 287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검사를 실시한 결과 29.3%인 84명에게서 무증상성 뇌경색을 발견했다. 특히 55세 이상 검진자 중에는 뇌경색이 발견된 사람이 52%나 됐다. 40세 미만과 비교하면 7.5배나 되는 유병율이다.
특히 김 교수는 무증상성 뇌경색의 위험인자를 조사한 결과 고혈압이 있는 경우 뇌경색 발생비율이 정상혈압인 사람의 1.6배나 됐고, 폐기능 이상을 보인 사람에게서는 정상인보다 3.1배나 높았다. 흔히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 음주와 흡연 등은 혈관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뇌경색이나 뇌출혈의 주요한 위험인자로 꼽히지만 폐기능과의 관련성은 별로 주목받지 않았었다.
김영인 교수는 “폐기능이 떨어지면 산소교환 기능이 나빠져 뇌의 작은 혈관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며 “천식, 폐결핵, 오랜 흡연 등으로 폐기능이 저하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무증상성 뇌경색이란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지 않는 뇌 부분에 뇌경색이 온 것이라 정작 당사자도 모르고 지난다. 그러나 한번 죽은 뇌세포는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뇌경색이 온 부위는 영구적으로 손상된 채 남는다. 문제는 한번 뇌경색을 경험한 사람은 1년 내 재발할 확률이 10%, 5년 안에 재발할 확률이 20~30%라는 점. 또한 뇌경색과 뇌출혈을 아우르는 뇌졸중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1999년 통계로 인구 10만명당 73명)를 기록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때문에 무증상성 뇌경색은 진짜 위험한 뇌경색이 올 지 모른다는 경고등으로 볼 수 있다.
성균관대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는 “한번 무증상성 뇌경색이 온 사람은 다음엔 증상을 동반한 위험한 뇌경색이 올 수도 있고, 또 무증상성 뇌경색이라 하더라도 여러 번 반복되면 전반적인 뇌 기능의 장애가 오기 때문에 기억력과 운동기능 등이 서서히 떨어지는 치매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종성 교수는 “고혈압이나 당뇨, 음주, 흡연 등 뇌경색이 일어난 원인을 찾아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것이 재발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또 아스피린 같은 항혈소판제나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약들은 거꾸로 뇌출혈에는 위험하기 때문에 혈관의 상태를 진단한 뒤 득실을 따져 복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인 교수는 “나이가 55세 이상이면서 고혈압과 폐기능 이상이 있는 사람은 아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 검사를 받고,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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