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지난달 말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위성항법시스템(GPSㆍGlobal Positioning System)을 무력화시키는 무기를 이라크에 지원하지 말라”고 요구한 적이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해 양측간에 감정 섞인 대화가 오고 가기도 했다. 미국의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경고한 사실은 GPS가 미군의 이라크 공격 과정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GPS란 사용자에게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처음에는 군사용으로 개발됐으나 이제는 육상, 해상, 항공, 실생활 분야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항공 분야만 해도 기존의 전파항법 시스템 대신에 GPS 위성항법 체계가 널리 쓰이고 있으며 일반인들조차 GPS가 없으면 생활에 불편을 겪을 정도가 됐다.
그런데 GPS 운영을 하다 보면 위성신호를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항공기나 선박 운항 및 구난체계에 혼란이 일어나 예상치 못한 참사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 나라에도 GPS가 광범위하게 쓰이고있는 만큼 당국은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GPS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기존의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운용하는 훈련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첨단화 및 자동화한 시스템에만 익숙한 운용자들에게 비상시 안전조치를 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을 해야 한다. 사용 목적에 따라 항법장치의 백업체계 확보나 이미 개발했거나 개발중인 타 위성항법 체계와의 혼합 체계사용을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의 GPS 운영은 기능과 정밀도를 향상시키는 것에 중점을 둬왔다. 이제는 GPS의 안전성 및 위기시 대응 시스템 개발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 러시아는 GPS 교란 장치를 이미 개발하고 있으며 부시 대통령이 이번에 직접 경고를 보내는 간접 원인이 됐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의해 불순한 의도로 사용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진작부터 예견된 일이다. 미국은 이미 여기에 대비해 미 본토 특정구역을 전파교란 구역으로 공지해 가상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고광섭 해군사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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