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이 개전 3주 만에 미ㆍ영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한 연합군은 ‘세계 제2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라크의 석유를 노린 침공’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인류는 이미 전체 석유 매장량의 절반 가량을 소비했다. 남은 원유 매장량은 1조 배럴(1배럴은 158.984ℓ). 이 정도 양으로는 앞으로 40년 정도밖에 버틸 수 없다. 각 나라마다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거나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해 절치부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권태규 책임연구원은 “원자력의 원료인 우라늄도 50년 정도 쓸 양밖에 남아 있지 않아 대체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데도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인 동시에 석유 수입 4위국인 우리나라는 대체에너지 개발이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각광받는 대체에너지 수소
대체에너지는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수준의 효율성을 발휘하면서도 질소화합물, 황산화합물, 분진 같은 대기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여야 한다는 난제까지 떠안고 있다.
이런 면을 고려할 때 차세대 대체에너지로 가장 유력한 것은 바로 수소다. 수소는 물로 만들 수 있는데다 사용한 뒤 다시 물로 재순환해 공기 중에서 연소하면 극소량의 질소산화물 외에는 공해물질을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청정에너지라는 장점까지 있다. 또 직접 연소시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연료전지 등의 원료로도 이용할 수 있고, 산업용 기초 소재부터 자동차,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어떻게 만들고 저장하나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말. 수소추진 로켓을 비롯해 액체수소의 저장과 수송, 연료전지 이용기술 등이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 일부 실용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소가 본격적으로 대체에너지로 인정받은 것은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부터. 이 때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체에너지 개발이 활기를 띠기 시작해 최근 들어 마침내 수소 자동차와 수소저장 합금 등이 빛을 보게 됐다.
그러나 아직 수소 에너지의 활용범위는 우주개발이나 군사용 등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화석연료보다 값싼 수소 제조기술이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주로 석유나 천연가스를 연소하거나 화학공정의 부산물로 얻고 일부는 물을 섭씨 2,500도의 열이나 전기로 분해해 얻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수소가 명실상부한 대체에너지로 자리매김하려면 제조기술보다 수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저장ㆍ수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수소를 저장하는 데에는 기체를 압축하거나 액화하는 방법을 주로 쓴다. 현재 전세계 공업용 수소 가스의 90%는 액체 수소인데, 최근 개발된 수소 자동차에는 기체수소를 압축해 저장한 연료탱크를 장착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 밖에도 사이클로 핵산, 탄소나노 튜브 등에 저장하는 방법이 개발 중이다.
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
현재 수소의 이용한 기술 가운데 가장 유망한 것은 연료전지다. 수소를 얻으려면 물을 전기 분해해야 하는데, 수소 연료전지는 이와 반대로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수소 연료전지는 기존의 발전기술(연료 연소→증기 발생→터빈 구동→발전기 구동)과 달리 연소 과정이나 구동장치가 없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물질을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 특히 주목할 것은 수소 연료전지의 효율성은 40~60%로, 기존 발전기술보다 2배 정도 높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휘발유나 디젤 대신에 수소를 쓰는 ‘연료전지 자동차’가 탄생해 대체에너지의 전망을 밝게 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지난해 말 처음으로 연료전지 자동차를 상용화하면서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도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독일이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 추진 군용 잠수함을 개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휴대용 전자제품의 배터리를 수소 연료전지로 대체하기 위한 노력도 끊이지 않고 있다. 10년 내 화력발전소가 연료전지 발전소로 대체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휴대용 연료전지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기술적 난관이 많지만 나노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만큼 연구가 결실을 맺을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도움말=한국과학기술연구원 홍성안 책임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심규성 책임연구원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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