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전까지 우리 기업들은 ‘외발 자전거 경영’의 모습을 보여왔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자전거처럼 우리 기업들도 과도한 금융기관 차입금을 안고 고금리 환경 속에서 돌아오는 이자와 원금을 갚기 위해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야 했다. 그러다 보니 ‘성장이 아니면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팽창 일변도를 걸어온 게 사실이다.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기전인 1997년 우리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396.3%로 거의 400%에 육박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02년 6월말에는 135.6%로 하락해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의 수준을 밑돌고 있다.
상장기업들이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차입금을 상환한 만큼 올해 부채비율은 더 낮아져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채가 적다는 것에는 물론 양면성이 있다. 부채 비율이 높더라도 경제가 좋은 경우 레버리지(지렛대) 효과에 의해 주주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경기가 나쁠 경우 재무 안정성에 문제를 가져 올수도 있다.
어느 정도의 부채가 적정한가에 대해서는 학계의 논의에 맡기기로 하고일단 투자자들로서는 기업들이 부채비율이 낮아 이자를 적게 내고 망할 위험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점에 안심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현재와같은 불황의 터널을 지나 호황이 다가올 경우 기업들의 보유 현금 규모는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증시의 호황 말미에는 자금에 굶주린 기업들의 물밀듯한 물량 공세로 증시 수급이 파괴되면서 장기 침체를 가져오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능사였던 기업들의 태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전통적으로 상시 자금 수요자 입장에서 주식을 쏟아내던 기업 부문이 자금공급자의 입장으로 전환해 주식을 거둬갈 경우 자산 시장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 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최근처럼 투명 경영에대한 사회의 요구가 커지고 주주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태에서 기업들이여유 자금으로 우선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할 가능성도 높다.
현재의 지수대는 과거에도 여러 번 반복되었지만 이번에는 전혀 다른 시작점에 서 있다. 기업의 체질이 바뀐 상황에서 만약 경제와 증시가 호황국면으로 진입한다면? 그리고 주식을 팔기만 하던 기업들이 ‘주식을 사기시작한다면?’ 힘과 지속성 측면에서 차원이 다른 장세가 펼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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