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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이 책] 아놀드 토인비 "역사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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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이 책] 아놀드 토인비 "역사의 연구"

입력
2003.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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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흘러간 옛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거울이다. 오늘의 현실이 과거의 역사와 비교할 때 너무 흡사한 상황에 놀랄 때가 많다. 그래서 역사는 늘 우리에게 현실을 헤쳐 나가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게 해주는 훌륭한 스승인 것이다.세계적인 석학 아놀드 토인비는 평생을 '역사의 연구' 집필에 몰두했다. 그의 역사관과 철학이 집대성된 이 책은 '문명의 성장은 계속되는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하는 데서 이뤄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문명은 좋은 환경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역경― 도전과 극복―응전의 과정에서 탄생하며 문명을 발달시키는 힘은 역경에 도전하는 소수의 창조력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수의 창조력이 무디어지면 문명은 쇠퇴하고 다시 역경의 시대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숱한 역경과 고난의 시간을 겪게 된다. 거기에 굴복하면 성공한 삶에서 멀어지고 과감하게 도전해서 극복하면 한 차원 더 높은 삶이 그를 기다리는 것이다. 토인비도 말한 것처럼 이집트 나일강의 범람에 인류가 굴복했다면 이집트의 뛰어난 문명인 태양력, 기하학, 건축술, 천문학의 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역사적 격동기에 공직생활을 하면서 나는 어렵고 힘든 일을 숱하게 겪었다. 그 중 하나, 88올림픽 유치 경쟁 당시 나는 정부의 올림픽 유치 실무 책임자로 있었다. 개발도상국이면서 분단된 나라, 극동에 위치한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 한국이 올림픽이라는 인류의 대제전을 유치하는 데는 엄청난 벽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처음부터 힘든 싸움이었고 당시 상황으로는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렇지만 그 벽을 허물지 못하고 피했다면 민족의 최대 경사였던 88올림픽은 서울에서 치러지지 못했을 것이다. 역경을 딛고 도전해서 극복해 나간 결과 한민족의 문화를 전세계에 알리고 민족의 긍지와 저력을 일깨울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나 자원, 환경 등 여러 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유리할 것이 별로 없다. 다만 우수한 인재와 단합된 저력은 세계 최고라 자부한다. 그 힘이야말로 미래 세계사를 이끌 소수의 창조력이라고 확신한다. 우리 민족은 반 만 년 역사를 이어 오면서 수많은 역경을 거쳤고, 도전과 응전을 거듭하면서 가장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민족으로 성장해왔다.

2002년 월드컵에서 온 민족이 하나가 되어 외쳤던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토인비가 말했던 역사의 시련에 대한 도전과 응전의 힘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서 이제는 한국이 중심이 된 새로운 세계 문화 창조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느낀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 연 택 대한체육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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