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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아, 야만의 시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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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아, 야만의 시대여…"

입력
2003.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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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북' 등 나치즘의 광기를 풍자한 작품들로 199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76·사진)가 11일자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지에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난하는 글을 기고했다. 그는 이라크전을 국제법을 위반한 야만적 침략이라고 규정하고 유일 슈퍼 파워(초강대국)의 도덕적 추락을 개탄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미국은 예방전쟁이란 미명 아래 국제법을 위반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웃으며 모든 반전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 이라크 침략으로 세계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우리와 함께 하지 않는 자는 적"이라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말은 야만의 시대로 회귀함을 의미한다.

침략자(부시 대통령)의 말은 그가 일소하려는 적의 말을 그대로 닮았다. 십자군 원정이 남긴 부정적 역사의 영향을 잘 알고 있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강력한 경고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미국의 조직적인 광기는 폭력의 악순환과 더욱 심각한 테러리즘의 발호에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 불안과 무력감, 분노 속에서 우리는 세계 유일 슈퍼 파워의 도덕적 추락을 목도하고 있다. 미국이 과연 유럽에 마셜 플랜을 제공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언론의 자유를 불가침의 권리로 만든 나라란 말인가. 건국 이념을 배반한 부시 대통령과 행정부의 행위에 경악하는 미국인들은 많다. 나는 그들과 함께 할 것이다.

독일인들은 지금까지 1,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 행위 전과의 부담 때문에 국가적 자존심에 회의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역사에서 교훈을 얻은 독일인과 독일 정부는 이라크전에 끝까지 반대하는 용기를 발휘했다. 평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결코 멈출 수 없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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