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에모트 지음·형선호 옮김 더난출판 발행·1만8,000원
전쟁에, 치명적 질병에, 극심한 불황 등이 한꺼번에 덮치고 있어 세상이 어지럽기만 하다. 앞을 내다봐도 잘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미래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호사가의 입장을 떠나 생존에 직결되는 절실한 물음이 되고 있다.
이 책은 '20:21'이라는 제목이 말하듯, 21세기를 예측하기 위해 20세기를 돌아보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식적으로 미래를 보려고 할 것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서 이해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도출한 결론이 '모든 전쟁과 충돌의 배후에는 미국과 자본주의가 있다'는 사실이다. 20세기 우리의 삶을 규정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 자본주의였다. 따라서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소도 바로 이것들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간단하다. 하나는 미국이 21세기에도 모든 분야에서 지배적인 힘을 발휘할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는 유일한 대안으로서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이다. 저자의 대답은 '그렇다'다. 둘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동전의 양면과 같이 더 밀착되면서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편집장인 저자는 저널리스트 시각으로 철저한 현실 분석을 통해 이같이 답하고 있다. 미국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힘, 즉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들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지역 내지 지구적 수준에서 장난 치는 것을 막을 만큼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 싫은가, 좋은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본주의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는, 불평등 불안정 등 문제가 많지만, 그 어떤 제도보다 인류에게 더 많은 풍요를 선사했고 이미 다른 체제와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저자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불안과 혼란이 표면화하고 있는 시기에 세계와 자본주의의 내면을 똑바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결론을 갖고, 희망의 시대를 위해 더욱더 열심히 뛰라는 것이다(한국어 판 서문). 많은 자료와 치밀한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어 미국 주도 세계화의 현실과 미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최종 판단은 독자의 몫이지만.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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