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이 최근 잇단 설화(舌禍)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는 7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판공비 공개 문제를 거론하면서 "내 매제가 외교부 국장인데 중앙부처 국장급 판공비가 1,000만원대로, 사실상 제한이 없더라"고 말했다. "개인 용도로 쓰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는 말까지 덧붙였다.다음날 발언 내용이 보도되자 정부 부처들은 일제히 이를 부인하며 청와대쪽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다. 특히 입장이 곤란해진 유 수석의 매제 김수동 외교부 아·중동국장은 해명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유 수석은 10일 "개인이 아닌 국 단위의 업무추진비 규모를 말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유 수석은 또 지난 달 말 사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서동구씨에게 KBS 사장을 맡으라고 네번이나 요청했다"고 폭탄발언을 했다. 비보도를 전제로 한 말이어서 언론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결국 서 사장의 사퇴 파문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상고 출신은 '방카이'(만회·挽回의 일본어 발음)하려고 평생 노력한다"는 술자리 농담까지 일부 언론에 보도돼 난감해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상고 출신이지만 서울대 출신 엘리트보다 더 훌륭한 노력형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으나 상고를 나온 이들에겐 언짢은 얘기일 수도 있었다.
유 수석은 최근 "나름대로 이해를 넓혀주려고 한 말까지 쓰니 이제 기자들을 못 만나겠다"며 서운해했다고 한다.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노 대통령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유인태는 오늘 '읍'입니다"며 말문을 닫았다는 후문이다. 또 기자들을 만나도 입에 지퍼를 채우는 손짓을 하는 등 스스로 '금언령'을 내렸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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