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옥상에 개구리와 소금쟁이가 살고 있네."8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경동빌딩 13층 옥상에 위치한 '하늘동산21'에서는 20명 남짓한 유치원생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돋보기를 들이대고 동식물의 모습을 관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용인시 수지2지구에서 견학 온 유치원생 석재(6)는 "수업시간에 교실에서 본 개구리가 옥상에서 진짜로 뛰어 놀고 있어서 놀랐어요"라고 했다. 같은 반 여자친구 보경(6)이는 "오늘부터 꽃과 친구하기로 했어요. 이제는 꽃을 함부로 밟지도 않고 잘 보살필래요"라고 약속했다.
빌딩 옥상에 건설된 국내 최초의 자연생태공원 하늘동산21에서는 겨우내 움츠렸던 동식물이 요즘 기지개를 켜고 손님맞이가 한창이다. 아무르산 개구리가 알을 낳아 7평 남짓한 연못에는 벌써 올챙이들이 헤엄쳐 다니고 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다른 개구리들도, 추위가 물러나면서 한꺼번에 찾아온 관람객들을 보고 놀라 연꽃 속에 숨어 눈치를 살피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진달래꽃이, 이달 들어서는 수수꽃다리가 꽃망울을 피우기 시작했다. 봄맞이꽃과 양지꽃도 활짝 피었다. 인근 중앙공원에서 날아온 흰나비는 나무 위에 앉아 날개를 비비고 있었다.
하늘동산 교육담당교사 안은경(28)씨는 "봄이 무르익으면서 이 곳을 방문하는 관람객이 늘고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며 "하늘동산21이 국내 옥상공원의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하늘동산21은 1999년 3월 환경부 자연정책과, 서울대 환경생태연구실 등이 주도한 '효율적인 생물서식공간 조성기술 개발' 연구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10개월에 걸친 공사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당시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콘크리트 바닥에 방수 시트를 깔고 야생초지 관목덤불숲 습지 등의 모형을 만든 다음 인근 불곡산에서 가져온 흙으로 바닥을 다졌다. 여기에 두메부추 미나리 문수조릿대 벌개미취 매미꽃 개쑥부쟁이 등 70여종의 식물을 심었다. 3년이 지난 지금, 바람 타고 날아온 꽃씨마저 나무가 되고 꽃을 피워 한 식구가 되면서 이곳에 서식하는 식물은 200여종으로 늘었다.
개구리 거미 사마귀 소금쟁이 등 동물들은 옥상 습지 등에서 주인 행세를 하고 까치 박새는 사람의 눈을 피해 잠시 쉬다 가기도 한다.
하늘동산21에는 미니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200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서식을 위한 조건을 최대한 갖췄기 때문이다. 나무 몇 그루 심어놓고 휴식공간이라 이름 붙인 도심의 여느 옥상공원과는 성격이 다르다.
서울 성동구 벧엘유치원이 지난해 하늘동산21을 벤치마킹, 옥상에 생태공원을 조성했고 서울 유네스코사무소도 옥상공원 조성을 위해 최근 이 곳을 다녀가는 등 제2, 제3의 생태공원을 낳는 산파역도 하고 있다.
매주 화, 목요일에는 유치원과 초·중·고교 등 단체 관람이 주로 이뤄진다. 초·중·고교 과학반, 환경반 동아리 학생들은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수시로 보고서를 작성, 이곳을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한다.
일반인들의 개별 관람은 토요일 오후로 한정된다. 공원의 규모가 작다 보니 한번에 20명까지만 관람이 가능하다. 반드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문의처 (031)738―1903
/글·사진=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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