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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美 브루킹스 연구소 勝因·전후처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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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美 브루킹스 연구소 勝因·전후처리 분석

입력
2003.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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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땅에서 아직도 포성이 울리고 있지만 전쟁은 사실상 미영 연합군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 가고 있다. 미국이 개전 21일 만에 압승을 거둔 동력은 무엇인가.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는 왜 그토록 쉽게 무너졌는가. 이라크는 과연 해방된 것인가. 미 브루킹스 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전직 미 아프가니스탄 특사, 전 이스라엘 장성에게서 그 해답을 들어본다.● 이라크 함락 배경

/케네스 폴락·브루킹스 선임연구원

전쟁 초기 이라크는 폭격 속에서도 공화국 수비대 6개 사단 전체를 쉽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 상황은 그들에게 본격적인 전투 중에도 군대를 이동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도록 했다. 그들은 카르발라에서 쿠트를 따라 배치된 공화국 수비대가 미군의 공격에 어느 정도 버티면 바그다드 외곽에 2선 방어망을 칠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담 후세인의 과신이었다. 미군이 카르발라―쿠트 방어망을 예상보다 빠르게 무너뜨리면서 공화국 수비대 사단들은 오합지졸로 물러서야 했다. 그들이 바그다드에 이르렀을 무렵에는 미 지상군과 공중 폭격에 의해 거의 궤멸된 상태였다. 처음 며칠간 이라크 군은 필사적으로 흩어진 병력을 모아 바그다드 방어망을 정비하려 했다. 그러나 그 움직임을 간파한 미군이 압박 공세를 펴면서 이라크 군은 균형을 잃고 무너졌다.

두 번째로 바그다드 사람들이 사담 후세인을 위해 싸우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미군이 바그다드에서 행군하는 것도 싫지만 미국에 반대해서 무기를 드는 것도 싫어했다.

이제 미군은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에서 사담에 충성하는 공화국 수비대의 잔존 병력과 공화국 특별 수비대, 보안 부대 등과 맞닥뜨릴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사기 저하와 심리전의 여파로 티크리트도 빨리 무너질 수도 있다. 티크리트 사람들은 다른 상황이었다면 싸웠겠지만 나라 전체의 상황을 보고는 그럴 마음을 갖지 않을 것이다.

● 화학무기 사용 않은 이유 /폴락

너무 빨리 바그다드가 붕괴됐기 때문 아닌가 생각한다. 그들이 바그다드 외곽에 전투대형을 갖춘 것은 큰 실책이었다. 이는 후세인이 바그다드 자체 방어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는 필요하면 외곽 병력을 바그다드 시내로 후퇴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그러기에는 그들의 방어망이 너무 빨리 무너졌다.

● 미군의 전략적 성공

/마이클 오핸런·브루킹스 선임연구원

미군의 승리가 2차 대전 때 폴란드를 점령한 독일군처럼 압도적인 군사력 때문인지, 혁신적인 전략 때문인가 하는 의문이 일고 있다. 두 측면 모두를 지적하고 싶다. 이번 승리에는 충격과 공포의 공습, 특수작전, 신속한 기갑 공격, 지상전과 폭격 동시 전개, 마지막 단계의 시가전 전술 등 5가지 요소가 적중했다. 충격과 공포의 공습 효과에는 다소 회의적이다. 이라크는 12년 동안 미군의 공습에 익숙해져 있었다.

특수군의 기습작전은 인상적이었다. 1년 전 야전군은 크고 강하고 재래식 군대를 고집했고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은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소규모 군대를 원했다. 각자가 자신들의 생각 일부는 버리고 좋은 부분을 취한 결과 그 시스템은 효과적으로 돌아갔다. 지난 며칠의 시가전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사단과 여단의 사령관들은 방어망과 저항의 강도를 재며 조금씩 바그다드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적은 인명 손실로 5일 만에 상상할 수 없는 전과를 올렸다.

● 이라크 앞날은?

/제임스 도빈스 랜드연구소 국방정책실장·전 미국 아프간 특사

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이라크 군이 미군을 죽이는 것을 걱정했어야 했지만 지금은 이라크인들이 이라크인을 살육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이라크인 간의 폭력은 세 가지 원인에서 기인한다.

첫 번째는 무질서한 상황이다. 벌써 폭동과 약탈,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

두 번째는 보복 폭력이다. 후세인 정권 치하에서는 수 백만 명의 희생자가 있어 이들이 과거 원한으로 복수를 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는 이라크 국토의 분열을 원할 수 있는 세력들이다. 이들은 미국에 가까운 쿠르드족, 터키와 이란이다.

재건 분야도 쉽지 않다. 이라크는 지난 20년 동안 전쟁을 치렀고 경제제재를 받았다. 석유 예산은 기초적인 인도적 필요를 충당할 정도밖에 안 된다. 앞으로 수년간은 실질적인 개혁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하겠지만 평화 정착에서도 이길지는 확실하지 않다. 5년 이내에 이런 차원의 국가 재건 사업이 성공한 예를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머지않아 이라크를 선출되지 않은 이라크인들에게 넘길 것인가, 인내하면서 선거로 뽑힌 이라크인들에게 맡길 것인가에 대한 갈등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

/쉬로모 야나이·이스라엘 예비역 장성

지금과는 다른 중동, 더 나은 중동을 위한 기회가 우리 앞에 있다. 시리아 이란 등의 지도자들은 그들이 테러단체를 지원할 것인가, 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할 것이다. 또 이집트나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미국의 우방이지만 전체주의적 정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가 이번 전쟁에서 보다 자유스런 이라크를 보게 된다면 그 나라들에서도 개혁을 보게 될 것이다.

이라크가 자유국가가 되면 사우디 아리비아의 중동 영향력은 퇴조할 것이다. 미국은 중동에서 두개의 석유공급원(사우디와 이라크)을 갖게 되는, 보다 더 좋은 기회를 맞게 된다. 이번 전쟁은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에는 기회이자 부담을 준다. 만전의 해결책은 없다. 인내와 시간을 갖는다면 미국은 전쟁뿐 아니라 더욱 중요하고 궁극적인 평화에서도 승리할 것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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