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바그다드를 장악한 지 사흘째인 11일 바그다드 시내는 약탈과 방화가 난무하는 등 무법천지 상태가 계속됐다.약탈과 방화
이날 바그다드 중심가 상점 주인들이 약탈하는 시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해 25명이 부상했다. AFP 통신은 "상점 두 곳에서 총과 철봉 등으로 무장한 주인들이 약탈자들에게 총을 쏘았다"고 전했다.
수만 명의 시민들은 정부 청사, 외국 대사관, 병원, 은행 등에 들어가 TV, 냉장고, 탁자 등을 훔쳐 자동차로 실어 날랐다. 일부 시민들은 10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가족, 타리크 아지즈 부총리 등의 저택에 들어가 귀중품들을 빼냈다.
또 공보부, 무역부 등 5개 정부 청사가 이날 밤 누군가의 방화에 의해 화염에 휩싸였다. 일부 약탈자들은 부상자들을 치료 중인 알 킨디 병원에 난입, 구급약 등을 훔쳐갔다.
한편 이날 바그다드 북동부 미군 검문소에서 한 이라크인 남자가 갑자기 수류탄 여러 개를 미군에 던져 최소한 미 해병 4명이 부상당했다.
질서 회복에 나선 미군
미군은 당초 이라크군 잔존 병력 색출에 비중을 두면서 치안 부재 상태를 방치했다. 그러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까지 나서 미군측에 바그다드 시내 질서 확보를 촉구했다.
무정부 상태가 극에 달하자 미군은 약탈 방지 등에 나서기로 했다. 미 제7해병 연대는 자신들이 순찰을 맡고 있는 바그다드 동부 지역에서 일몰 후 새벽까지 통행금지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반 후세인 시위의 정체
후세인 동상을 무너뜨리고 반(反) 후세인 시위를 벌인 사람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대부분의 바그다드 시민들은 아직도 약탈자들의 급습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은 미 해병대가 후세인 동상 철거 작업을 도운 사실 등을 지적하면서 "반 후세인 시위를 벌이고 미군을 환영한 사람들은 전체 이라크인을 진정으로 대표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러나 다른 외신들은 "24년에 걸친 후세인 철권 통치 하에서 아무 말도 못했던 시민들과 시아파 신도들이 정권 붕괴가 확실해지자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9일 바그다드 시내 동북부에서 반 후세인 시위를 벌이고 후세인 동상 철거에 참여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정권으로부터 극심한 탄압을 받아왔던 시아파 주민들이라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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