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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춤

입력
2003.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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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랄드 조너스 지음·김채현 옮김 청년사 발행·5만원본능, 예술, 문화. 춤의 속성은 그렇게 여러 갈래로 규정되곤 한다. 그러므로 춤의 풍요로운 세계는 춤 그 자체에 대한 탐구뿐 아니라 춤을 둘러싼 맥락까지 읽어야만 온전히 드러난다. '움직임의 기쁨, 움직임의 힘, 움직임의 예술'이라는 부제가 달린 제랄드 조너스의 '춤'은 그런 점에서 꽤 만족스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책은 전세계 다양한 춤에 들어있는 규율과 메시지, 의미를 상세히 관찰하고 비교문화적 시각에서 서술함으로써, 춤의 미학이나 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존 책들이 놓치고 있는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조망을 펼쳐보이고 있다.

저자는 동서고금의 온갖 춤을 관통하는 공통의 특질과 더불어 시대와 민족, 문화에 따라 변주를 거듭해가는 춤의 생명력을 나란히 보여준다. 여기서 춤은 우열이 없다. 클래식 발레나 사교춤 뿐 아니라 아프리카 부족춤, 북미 인디언의 춤, 미국 흑인의 춤, 남미의 리우 축제춤, 인도의 무당춤, 일본의 가부키 등 전세계의 춤이 동등한 자격으로 언급되고 있다.

춤을 단순히 예술 장르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적 맥락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인류학, 종교학적 해석의 도움을 받아 춤의 본질을 더욱 풍성하게 그려보이고 있다. 상황에 따라 춤이 탄압받거나 강제됐던 사실은 춤의 그러한 문화적 속성을 입증한다. 예컨대 북미 인디언들은 '유령의 춤'으로 정복자 백인에 저항했으며, 젖가슴을 드러낸 채 엉덩이를 돌리며 추는 타히티 섬 원주민의 춤은 백인들이 보기엔 성적인 방종이었지만, 원주민들로서는 종교적인 몸짓이었다. 몸의 욕망을 부정하던 중세 교회가 춤을 금지하자 맨발의 순례자들은 가죽과 채찍으로 스스로를 매질하면서 고행의 춤을 추기도 했다.

미국 '뉴요커' 지의 필자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저자는 1992년 출간한 이 책에 100여 명의 학자, 무용가 등이 14년 간 세계의 춤 현장을 답사한 결실을 담고 있으며, 미국 공영방송 채널13의 8부작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도 했다. 고대문명의 미술품부터 현대 무용가들의 공연 장면까지 세심하게 선별된 많은 춤 도판이 실려있어 이 도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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