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이 이번에는 독립할 수 있을까?이라크 전쟁의 끝이 눈앞에 다가옴에 따라 이라크 북부를 비롯해 터키, 이란, 시리아 등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의 미래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터키 등 주변국의 강력한 견제로 이 불운한 민족의 꿈은 꺾일 조짐이다. 쿠르드족은 이번 이라크전을 독립 국가 건설의 절호의 기회로 판단, 개전 초부터 미영 연합군을 지원하고 있다. 쿠르드족 민병대는 10일 미군과 함께 이라크 북부유전지대인 키르쿠크를 장악하는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터키의 반대로 하루 만에 물러나야 했다. 키르쿠크는 쿠르드족이 독립 국가의 수도로 상정하고 있는 지역이다. 터키는 11일 자국 내 쿠르드족의 동요를 빌미로 미국의 양해 아래 키르쿠크에 군사감시단을 파견했다. 쿠르드족 민병대의 키르쿠크 장악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제스처이다.
쿠르드족은 주변국의 우려를 의식해 "우리는 독립에는 관심이 없다. 새로운 이라크에서 자치를 누리는 것에 만족할 것"이라며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있다.
쿠르드족은 고대부터 이라크 북부와 터키, 시리아, 이란 등 4개 국 접경 산악 지역에서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이루며 살고 있다. 현재 2,500만∼3,500만 정도로 추산되는 이들은 각국에서 위험한 정치 세력으로 간주돼 숱한 박해를 받고 있다.
한번도 독립국가를 이루지 못하다가 2차 대전 종전 무렵 이란 내 쿠르드족은 소련의 지원으로 한때 공화국을 선포했으나 이란군에 의해 진압됐다. 이라크 내 쿠르드족은 1988년에는 이라크군의 독가스 공격으로 5,000여 명이 학살됐다. 91년 걸프전 후에도 독립 희망에 부풀어 후세인 정권에 반기를 들었다가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이런 역사적 경험과 주변국의 강력한 제동 때문에 쿠르드족은 당장 독립 국가 건설보다는 이라크에 잔류하며 자치권을 대폭 보장받는 쪽을 택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이라크 반체제 인사들도 전쟁 발발 3일 전인 지난 달 17일 런던에서 정치선언을 발표, 후세인 이후의 이라크 체제를 민주연방제로 규정하고 "연방체제는 쿠르드족 문제를 해결할 적절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