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올해 서울대 법대에 합격한 1급 지체장애인 손위용(50·사진)씨가 법대신문사의 기자가 됐다.법대신문은 올 2월 말 창간한 월간 학생자치신문. 손씨는 신입생환영회 때 발간된 창간준비호를 보고 바로 편집장 윤심혁(20·법학 3)씨에게 전화를 걸어 "꼭 기자가 되고 싶다"고 지원 의사를 피력, 지난달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손씨는 "시골출신에 나이도 많은데다 장애인인 처지지만 나 같은 소수자가 기자가 되어야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지원했다"며 "전동 스쿠터를 타고서라도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학내의 다양한 문제들을 취재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씨는 지난달 31일 발행된 법대 신문 2호 4면에 실린 기획특집 '이라크 비전투병 파병 찬반의견'을 통해 첫 데뷔작을 썼다. 손씨는 '손'이라는 필명으로 찬성 의견을 실었다. 편집회의 당시 나머지 11명의 법대신문 기자들과 함께 파병찬반에 대한 격론을 벌인 끝에 손씨는"원칙적으로 반대하지만 실리적 측면을 고려해 파병에 찬성하는 입장을 취했다"며 "나이차이, 견해차이에도 불구하고 열린 마음으로 토론을 진행했고 뒤풀이를 통해 어색함을 풀었다"고 말했다.
편집장 윤심혁씨는 "처음 손씨가 지원의사를 밝혔을 때는 너무 '늙은 학생'이어서 조금 주저했었다"며 "회의 때마다 갖가지 아이디어를 제출하는 등 열정적인 자세를 보여 많은 친구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를 잘 몰라 지난번 신문을 제작할 때 큰 고생을 치렀던 손씨는 요즘 컴퓨터 배우기에도 열심이다. 손씨는"만학도라 그런지 모든 사물이 새롭게 보이고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다"며 "기자 생활을 통해 더 큰 만학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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