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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바이블 사이언스

입력
2003.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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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 지음 휘슬러 발행·1만2,800원성서를 과학으로 풀어보려는 노력은 부질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성서에 나오는 수많은 기적과 초자연적 사건은 인간의 과학이 아닌 신의 섭리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의 호기심은 성서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예수는 정확히 언제 태어났을까, 노아의 방주 이야기 속 대홍수는 왜 일어났을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일제히 소리를 지르자 난공불락의 요새 여리고 성이 무너진 것은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일까. 궁금증은 끝이 없다.

과학저술가 이정모의 '바이블 사이언스'는 "초자연적인 것 뿐 아니라 자연적인 사건도 하나님의 일이니 거기서부터 출발하자"고 말한다. '성서는 과학'이라고 무리하게 주장하려는 게 아니라 성서를 실마리로 과학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다. 예컨대 100살의 아브라함과 90살의 사라 부부가 이삭을 낳은 기적은 기적으로 놔둔 채, 임신과 출산의 일반 과학을 설명하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천지창조 이야기는 우주 탄생을 설명하는 빅뱅이론, 소립자 물리학, 모든 물질과 힘의 정체를 규명하려는 만물이론 등의 과학으로 나아간다. 대홍수에 따른 멸종을 막기 위해 노아가 모든 동물을 암수 한 쌍씩 태웠던 거대한 방주의 이야기는 엘니뇨와 라니냐 등 현대의 기상 이변, 지구 생물 100만 종의 유전자를 냉동보관하는 작업에 들어간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21세기판 노아의 방주' 이야기로 이어진다.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의 돌팔매는 구심력과 원심력의 물리학으로,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에게 바쳤다는 황금과 유향과 몰약은 각각 금과 방부제, 진통제의 과학으로 흘러간다. 이런 식으로 지은이는 성경의 이야기를 물길 삼아 화학과 물리학, 천문학, 생물학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알기 쉽게 과학 이야기를 풀어낸다.

함성으로 성이 무너질 수도 있음은 소리의 진동수와 공명 현상으로 설명한다. 여리고 성의 붕괴는 공명, 즉 서로 다른 두 물체의 진동수가 일치하면 진폭이 최대가 되는 현상이 일으킨 기적이라는 것. 그래도 못믿겠다는 독자들에게 그는 19, 20세기의 실제 사건을 예로 든다. 1831년 영국의 군대가 현수교를 건너던 중 행진하는 군인의 규칙적인 발걸음과 다리의 고유 진동수가 일치하면서 다리가 무너진 사건, 1940년 미국 워싱턴주의 타코마 협교가 가벼운 돌풍에 상판이 휘면서 붕괴한 사건은 공명 현상이 일으킨 것이었다.

기독교 신자인 지은이는 "성서와 과학은 서로 대립되는 존재가 아니라 모두 하나의 절대자 속에서 이뤄졌으며 언젠가는 다시 우정을 회복해야 한다"는 믿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믿음과 증명은 서로 다른 것이다. 증명은 사람에게 속한 것이며, 믿음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덕분에 그는 성서와 과학의 상호 부정 또는 무리한 화해를 모두 피하면서,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거부감 없이 동행할 수 있는 과학 여행으로 독자를 이끌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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