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노성훈(盧成熏·49) 교수가 수술한 위암 환자들은 여느 환자와 다른 점이 있다. 수술 전후 가스를 빼기 위한 콧줄(鼻胃管)이나, 진물을 빼내기 위해 배에 박는 심지(배액관)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콧줄과 심지 부착을 교과서로 여기는 다른 의사가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환자들에게 수술 후 가장 불편한 게 무엇이지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첫째가 통증, 두번째가 콧줄, 셋째가 심지였습니다." 노 교수는 2000, 2001년 각각 콧줄과 심지를 넣은 환자와 안 넣은 환자를 무작위 비교한 결과 합병증 비율에 큰 차이가 없고 콧줄이나 심지 없는 환자가 느끼는 불편은 훨씬 줄었다는 조사결과를 얻었다. 그 이후 노 교수 환자에게서 콧줄이나 심지는 사라졌다. 대신 수술전 주사로 가스를 빼내는 간단한 처치만 한다.
사실 노 교수의 수술과정은 더욱 특이하다. 그는 수술 내내 수술칼을 쓰지 않는다. 대신 전기소작기를 이용, 암 부위를 절제한다. 원래 전기소작기는 수술 중 조직을 지져 지혈하는데 쓰던 보조 기구. 1995년부터 수술 전체과정을 전기소작기로 하는 노 교수의 수술은 따로 지혈과 수혈이 필요 없어 수술시간이 짧고, 결과적으로 감염위험, 마취제 투여량, 회복기간이 모두 줄었다. 노 교수는 "메스를 이용한 95년 수술과 전기소작기를 이용한 2002년 수술을 비교하면 수술시간은 4시간에서 2시간, 수혈빈도는 40%에서 5%, 합병증 발생률은 20%에서 10%, 수술후 사망률은 1%에서 0.3%, 수술후 입원일수는 14일에서 8일로 개선됐다"고 밝힌다.
엄격한 외과 수련과정을 거친 노 교수가 칼 대신 전기소작기를 들게 된 것은 "왜 안 돼?"라고 묻는 습관 덕분이다. "1991년 미국 국립암센터(NCI)에서 연수하면서 전기소작기가 참 쓸모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럼 왜 수술 전체를 전기소작기로 하면 안 될까 생각했죠. 콧줄이나 배액관을 쓰지 않게 된 것도 정말 꼭 필요한가, 한번 따져보자, 없어도 되겠네, 이렇게 된 겁니다. "
노 교수 밑에는 이러한 새로운 수술법을 배우기 위해 미국 뉴욕의 성빈센트병원, 중국 저장(浙江)대 등에서 온 연구교수(fellow)들이 있다. 또 지난해부터 수술을 직접 실연해보이는 전문의 연수를 열고 있다. 연수에는 300여명의 외과 의사들이 몰린다. 또 노 교수는 우리처럼 위암이 많은 일본의 시즈오카(靜岡) 암센터, 가고시마(鹿兒島)대 등에서 강의를 했고 5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국제 위암학회에서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위암 수술을 받으러 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노 교수는 "우리나라에 워낙 위암 환자가 많아 수술의 수준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발전한 셈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정기 검진으로 조기에 위암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일본의 경우 60∼70%가 조기 위암에서 발견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조기 진단환자가 30%에 불과하다.
"전통적인 치료에만 머무르는 것은 사실 의사 스스로 안심하기 위한 방편일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얼마나 고칠 게 많은지 몰라요." 노 교수는 "의료정보가 전문적인 것이라고 해서 의사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라며 "환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고, 토론을 거쳐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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