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술, 아침엔 출근전쟁, 낮 동안 끊임 없이 이어지는 상사로부터의 지시와 질책…. '남의 돈 먹기가 그렇게 쉽냐'고 푸념해 보지만, 어쨌든 샐러리맨의 하루는 고달프다. 그러나 젊은 직장인들은 하루에 한 시간, 아니 삼십분 만이라도 '나를 위한' 순간을 갖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는 법. 거창한 장비 없이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인라인 스케이트가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레저로 자리잡고 있다.에버랜드 마케팅팀에 근무하는 임정소 대리(31)도 '런치타임 인라인족' 중 한 명이다. 임 대리의 차에는 늘 두꺼운 양말과 갈아입을 수 있는 편한 바지가 준비돼 있다. 언제 어디서든 바로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달리기 위해서다. "인라인 스케이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느낌이 오면' 바로 탈 수 있다는 겁니다. 답답하고 복잡한 세상이지만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달릴 때만은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어요."
헬스나 수영과 달리 인라인 스케이트는 '함께 즐기는' 레포츠다. 특별히 혼자 놀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울려 타는 것이 정석이라고 임 대리는 설명한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가 잘 타는 사람을 발견하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요. 가르쳐 달라는 데 마다하는 이도 없구요. '인라인 스케이터'라는 이유만으로 처음 보는 사람도 마치 친구 같이 느껴지는 거죠."
직장인들은 늘 가까이 있는 동료들과 회사 내 동호회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임 대리 역시 에버랜드 마케팅유닛 내 인라인 스케이트 동호회 '에버라인'의 멤버. 처음엔 부서 내 젊은 사원 서너명 정도가 모였지만 이들의 즐거운 취미생활을 본 다른 직원들이 합류하면서 지금은 스무 살부터 마흔 살까지 10여명이 한 식구다.
다른 직원들이 구내식당에서 한가하게 밥을 때울 때 이들은 미리 준비한 샌드위치나 김밥을 들고 빈 주차장에 모인다. 10분만에 밥을 후딱 해결하고 신발을 갈아 신은 후 바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다. 속도 경쟁을 하거나 묘기를 부릴 욕심이 없으니 거창한 보호장구는 생략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시간을 꽉 채워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나면 바로 업무에 복귀한다. 졸음이 쏟아져 업무에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는 '기분 좋은 뻐근함'이라고 표현해요. 근육이 약간 당기면서 오히려 정신은 맑아지죠. 엉켰던 게 확 풀리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이들이 더 쉽게 의기투합할 수 있었던 것은 '젊은 코드'를 공유하기 때문. 인라인 스케이트 외에도 맛있는 집, 심야 영화와 주말 여행을 좋아해 함께 한다. 회식이랍시고 술로 밤을 적시는 것보다 새로 떠오르는 문화를 배우고 공유하는 것을 즐겨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에버라인'의 목표는 일산호수공원, 올림픽공원, 미사리 등 명소로 알려진 곳을 돌아가며 실력을 쌓은 후 잠실에서 반포까지 한강 둔치를 인라인 스케이트로 왕복하는 것. 임 대리는 "지금 우리나라 인라인 스케이트 인구가 450만 명에 이른다"며 "바람을 가르는 상쾌함이 가슴을 벅차게 한다"고 강조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수준따라 스케이트 달라 헬멧·손목 보호대등 필수
인라인 스케이트는 브랜드 및 용도에 따라 종류도 가지가지다. 몇 년 전까지 수입품이 주종을 이뤘으나 최근 K2, 랜드웨이, 홀리, 액션 등 국산 브랜드도 출시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해외 브랜드도 살로몬, 로체스, 롤러블레이드, 휠라, 나이키 등 다양하다. 가격은 20만∼50만원선.
구입요령
일반인들이 처음 타기에는 대중적인 피트니스가 적합하다. 발목의 지지 성능이 좋도록 부츠 길이가 길고 프레임(바퀴가 달린 지지대 부분)도 길다. 4개의 바퀴가 있으며 한쪽 신발 뒤축에 브레이크가 달려 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1년 이상 탄 숙련자들은 크로스트레이닝을 탈 수 있다. 피트니스와 레이싱의 중간단계로 부츠 발목이 피트니스 보다는 짧다.
스피드를 즐긴다면 레이싱이 좋다. 부츠가 파이버 글라스와 같은 가벼운 소재로 만들어졌고 바퀴가 5개다. 최근 국내에서 수요가 급증, 전체 시장의 10%까지 차지한다.
인라인 하키용 스케이트와 화려한 묘기를 선보이기 위한 어그레시브 등은 전문가 수준의 것들. 어그레시브는 바퀴가 지름 52∼68㎜로작고 단면도 넓적하다. 또 비포장도로에서 탈 수 있도록 3개의 바퀴와 쇼크업소바를 갖춘 오프로드용과 덤불에서도 달릴 수 있도록 특수 로드가 달린 크로스컨트리용, 피겨스케이팅 같은 연기를 펼칠 수 있는 피겨용도 있다. 아웃플레이(www.outplay.co..kr)나 베스트인라인(www.bestinline.co.kr) 바이인라인(www.buyinline.co.kr) 등에서 제품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보호장비
인라인스케이트에 필수적인 보호장비는 헬멧이다.
또 무릎과 손목 팔꿈치 보호대를 비롯, 장갑도 착용해야 한다. 선수들이 장갑을 끼지 않고 달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기록을 위한 선택일 뿐 일반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앞으로 넘어지는 것이 안전하지만 뒤로 넘어질 경우에 대비, 엉덩이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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