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들이 우즈베키스탄인들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지요. 이번에는 제가 이 곳 젊은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최근 우즈베키스탄 농촌마을 쿠무쉬칸에 '쿠무쉬칸 농업개발센터'를 세워 농업지도자 양성 교육을 시작한 한국인 정송현(67·사진 맨왼쪽)씨는 이 나라의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선구자 중 한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도 타슈켄트에서 80㎞ 가량 떨어진 해발 1,700m의 작은 마을에서 지난달 말에 열린 센터 개원식에는 이 나라 최대 일간지 나로드노예슬로보 기자들이 취재에 나설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이 센터는 현지 젊은이들을 입소시켜 농업기술은 물론 영어, 컴퓨터 등을 1년간 교육시켜 농업지도자를 배출하게 된다. 1차로 20대 젊은이 16명이 입소했으며 입소자를 3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정씨는 우즈베키스탄에 오기 전 한국에서 30년간 교단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그는 우연히 한동대 의료진들과 함께 이 땅을 처음 밟았다. "물도 없고 농지도 척박해 자급자족조차 힘든 버려진 땅이었지요."
정씨는 한국 살림을 정리하고 부인과 함께 이 곳 주민의 집에 기거하면서 농사를 짓고 영어를 가르쳤다. 그러나 공산주의 타성에 젖은 이들의 사고방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자본주의가 도입된 후에도 이 곳 주민들은 국가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던 과거의 풍토에 젖어 적극적으로 일하려는 의지가 없었어요. 심지어 자갈로 뒤덮인 도로에 대해서도 "나라에서 어떻게 해주겠지"하는 타성에 빠져 있어 정신개혁이 무엇보다도 절실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농업지도자센터. 정씨는 쿠무쉬칸 주민 중심의 개발위원회를 구성한 뒤 한국 종자를 가져와 과수와 채소를 심고 염소를 구입해 주민들에게 빌려주었다. 이제는 10만평이 넘는 대규모 농장으로 발전했다.
그는 2년 여에 걸친 준비 끝에 올해 초 기아대책기구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으로 컴퓨터 교육실, 숙소, 강당, 식당 등으로 구성된 센터 2개 동을 완공했다. 우즈베키스탄 대통령도 올해를 '마을이 번창하는 해'로 지정해 센터 설립의 의미를 더했고, 국립 타슈켄트 농업대 총장도 지원을 약속했다.
"이 곳을 거쳐간 젊은이들이 자신의 마을에서 지역개발에 앞장선다면 머지않아 새로운 우즈베키스탄이 만들어지겠죠."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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