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이상하게 덥다. 차례차례 필 꽃들이 한꺼번에 피었다가 벌써 진다. 짧은 꽃철이 아쉽다. 대신 신록여행이 일찍 찾아왔다.깊은 산으로 들어가자. 경북의 산동네인 봉화와 영주엔 청량산이라는 걸출한 돌산과 뜨거운 온천물이 있다. 유리처럼 맑은 명호강(낙동강의 상류)의 물줄기와 조상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각종 문화유적도 펼쳐진다. 과거에는 접근하기 힘든 오지였다. 중앙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이제는 수도권은 물론 경남·강원 북부에서도 수월하게 여행할 수 있다. 청량산 산행과 문화유적답사를 연계한 여행으로 제격이다.
준비
2일째에 청량산행을 계획한다면 가능한 한 산 가까이 있는 곳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다. 봉화는 교통의 오지였기 때문에 여행의 오지이기도 했다. 그래서 큰 숙박시설이 없다. 봉화읍 정도에 모텔과 여관이 있다. 다덕파크모텔(054-674-0033), 궁전모텔(674-0300), 낙원장(673-2351), 이화장(673-3533) 등.
청량산 등산로 입구에 식당을 겸한 민박집이 몇 있다. 산 속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는 것도 운치가 있다. 청량산 휴게소(672-1447), 산성식당(672-1133), 청원마을(673-4628) 등. 청량산 관리사무소(672-4994)에 문의하면 민박집을 추천받을 수 있다.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풍기IC나 영주IC에서 빠진다. 영주시내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약 15㎞ 서진하면 봉화읍. 918번 지방도로로 길을 바꾸어 남쪽으로 봉성-명호를 지나 35번 국도를 타면 청량산이다. 서울에서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2일째의 산행을 위해 저녁을 든든히 먹어둘 필요가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대충 때우지 말고 조금 참는다. 가는 길에 지나게 되는 봉성면은 돼지숯불구이로 유명한 곳. 암퇘지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소나무 숯불에 석쇠로 굽는다. 연하고 맛있다. 늦게 도착할 것을 생각해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다. 두리봉식육식당(054-673-9037), 오시오식당(672-9012), 봉성숯불식당(672-9130) 등이 유명하다.
청량산 산행과 이후
멀리서 보는 청량산은 조금 왜소해 보인다. 그러나 다가가면 압도당할 정도로 우람하다. 완전 돌산이다. 12개(일명 육육봉)의 돌봉우리가 도열해 있다. 돌봉우리 사이의 골짜기마다 등산로가 나 있다. 일반적인 등산로는 광석나루-내청량사-정상-외청량사-이름실로 이어지는 코스다. 가파르다. 약 11㎞로 5시간 정도가 걸린다. 오랜 가뭄 때문에 길이 푸석푸석해져 미끄럽다. 하늘이 도운다면 정상에서 영남의 연봉과 푸른 낙동강의 물줄기를 볼 수 있다. 산행 후 온혜온천(도산온천)에서 몸을 푼다. 35번 국도를 타고 약 20㎞ 정도 남쪽으로 가면 된다. 인근에 도산서원이 있다. 경북의 문화유적답사가 시작된다.
봉화에는 약수가 많다. 다덕약수(봉성면), 오천약수(물야면) 등등. 약수를 이용한 닭요리가 유명하다. 봉성면의 청기와식당(054-673-1273), 물야면의 관광식당(054-672-2330), 한미식당(672-2400) 등에서 약수로 끓인 백숙 등을 판다.
오는 길
일찍 걸음을 옮긴다. 영주와 봉화 지역은 불교와 유교 문화재가 밀집한 곳이다. 서두를수록 많은 것을 본다. 빼놓아서는 안될 것은 부석사와 소수서원. 부석사는 소백산 국립공원의 동쪽 끝자락에 있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국보 제17호인 무량수전을 비롯해 국보와 보물이 많다. 무량수전 왼쪽 언덕 위에 오른다. 절집 앞으로 백두대간의 산록이 파도처럼 펼쳐진다. 아름답다.
소수서원은 조선의 인물을 많이 배출한 학교. 대부분의 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절도가 있는 건물의 모습에서 선비정신을 읽을 수 있다. 유교의 전당 안에 불교의 상징이 있다. 숙수사 당간지주로 보물 제59호이다. 휴일이면 중앙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가 만나는 만종분기점 부근이 많이 정체된다. 남원주에서 빠져 42번 국도를 이용하면 그런대로 체증을 피하면서 귀경할 수 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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