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회사들이 고객들에게서 받은 보험료로 무분별하게 대출경쟁에 나서면서 부실발생률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본업과 상관없는 돈 장사로 막대한 부실을 초래한 카드업계에 이어 보험산업이 금융불안의 또 다른 '뇌관'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10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생보사들이 보험약관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 개인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을 확대하면서 지난해 12월말 현재 19개 생보사의 대출 평균 연체율이 무려 11.0%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총 45조1,650억원의 대출금 가운데 4조9,819억원이 연체채권으로 분류됐다.
이같은 부실지표는 같은 시점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1%대 후반)은 물론 전업 카드사의 연체율(8.8%)보다도 월등히 높은 것이다. 더구나 경기침체로 채무자들의 상환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올 1·4분기에는 수치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대출금액이 생보 업계의 80∼90%를 차지하는 삼성, 대생, 교보 등 상위 3개사만 해도 부실이 위험수준에 이른 상태다. 가장 일반적인 대출상품인 약관대출(보험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를 담보로 한 대출)의 경우 지난해 12월말 대생은 연체율이 무려 17.4%(연체액 4,564억원)에 달했고, 교보도 13.5%(연체액 3,334억원)로 업계 평균(9.9%)을 크게 웃돌았다. 삼성생명은 약관대출 연체율이 5.2%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신용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 부문 연체율이 높아 전체적으로 10.8%의 높은 부실 발생률을 나타냈다.
상위 3개사가 보유한 총연체 채권액은 삼성 2조2,660억원, 대생 1조1,427억원, 교보 1조1,067억원 등 모두 4조5,154억원. 이 가운데 교보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4,926억원으로 삼성(1조8,331억원), 대생(8,581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데다 전체 연체액이 순이익의 두배가 넘어, 부실채권이 향후 중대한 경영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주식과 채권시장 침체로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하자 리스크 관리는 뒷전인 채 너도나도 대출장사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연체율의 고삐를 잡지 못한다면 조만간 카드에 이어 보험 발(發) 부실이 표면화할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보험 대출의 부실화는 신용불량자의 증가 추이에서도 두드러진다. 실제로 올들어 2월말 현재 보험사로부터 대출(보험료 체납 제외)을 받은 고객 가운데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사람은 12만2,201명으로 2002년 말(10만6,006명)보다 15.2% 증가했고 2001년 말(4만8,600명)에 비해서는 151.4%나 급증했다.
생보사의 경우 2001년 말 3만8,480명에서 지난해 3월 4만5,237명, 6월 5만558명, 9월 6만6,937명, 12월 8만7,078명, 올 2월 10만955명 등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진국 보험사는 자산의 안전운용 원칙 때문에 고객의 보험료를 대출로 운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부실 확산을 막기 위해 보험업계의 무분별한 대출관행을 차단하는 규제장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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