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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아직도 "검사스러운"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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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아직도 "검사스러운" 검찰

입력
2003.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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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강조되고 권력형 비리 전담기구 설치가 논의되는 새 정부에서도, 검찰은 여전히 권력층의 눈치를 보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 처남인 이성호 아펙스평화관광 대표와 관련된 수뢰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자세는 이해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담당 수사검사가 재판에 나타나지 않아, 다른 검사가 서면 구형을 요청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전직 대통령 친척이라도 아직은 무시 못할 영향력을 발휘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 다짐은 여전히 구두선에 그치는 듯해 씁쓸하다.이씨는 2000년 워크아웃 중인 동아건설로부터 "김포매립지 공사를 따는 데 협조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비서를 자처하는 박백선씨를 통해 5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청탁 건이 실패한 뒤 이씨는 1억원만 동아건설에 돌려주었다. 그러나 전에 "이씨에게 돈이 건네진 흔적은 없다"던 검찰은 이런 진술을 확보하고도 그의 소재 파악이 안 된다는 이유로 수사를 질질 끌고 있다. 전 대통령 친척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이 들 수밖에 없다.

더욱 이해 못할 사태는 9일의 재판 법정에 담당 수사검사가 나타나지 않아 벌어진 일련의 촌극이다. 검사가 늦도록 나타나지 않자 박백선씨 변호인이 오히려 "모든 증거를 인정하니 공판을 해 달라"고 부탁해서 재판이 겨우 이루어졌다.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다른 검사가 공소장을 대충 읽은 후 "추후 서면구형으로 대신하겠다"고 재판을 끝낸 것이다. 재판 절차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웃음거리지만, 껄끄러운 수사와 재판을 의식한 담당검사의 고의적 태만이거나 직무유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크게 우려된다. 다시 한번 '검사스럽다'는 조롱과 비난이 들리는 듯하다. 아직도 달라진 게 없다면 담당검사는 비난받을 수밖에 없고, 그 비난은 결국 검찰 전체로 향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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