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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없애 함께사는 세상을"/장애인운동 나선 방송인 이금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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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없애 함께사는 세상을"/장애인운동 나선 방송인 이금희씨

입력
2003.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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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의 행복할 권리를 가로막고 있는 '턱'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장애인이 행복해지는 세상이 오면, 비장애인들도 더욱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데 작은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차분한 진행과 정감 있는 목소리로 주부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방송인 이금희(37)씨가 장애인 운동에 발벗고 나섰다. 이씨는 지난해 말 출범한 장애인단체 '열린 세상 국민문화 운동 본부(대표 이일세)'의 발기인을 맡았으며 2월부터 '열린 세상'의 후원의 밤 준비모임에 적극 참여해 홍보와 연예인 섭외에 앞장섰다. 11일 오후 7시 서울 63빌딩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후원의 밤'행사에서는 직접 진행을 맡을 예정이다.

"장애인도 아니면서 장애인의 불편을 말한다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차별을 넘는다는 생각에 행복을 느낀다"는 이씨가 장애인 운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그가 진행하던 방송 프로그램의 초대손님으로 인연을 맺은 이일세 대표로부터 장애인 단체를 만든다는 얘기를 듣고 참여를 결심했다.

민주당 당무위원을 지낸 이 대표는 1997년 미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케네디스쿨)의 중앙문을 자동문으로 고치게 했던 전신마비 장애인. 이씨는 "정치인으로서 사적인 욕심을 버리고 당무위원직에서 물러나 장애인 운동에 뛰어든 이 대표의 신념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열린 세상'은 첫 번째 캠페인으로 '턱 없는 세상 만들기'를 펼칠 계획이다. 거리의 보도를 낮추는 사회환경 개선은 물론, 장애인 가정의 불편을 덜어주도록 집 구조를 변경해주기로 했다.

이씨가 턱 없애기에 관심을 쏟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얼마 전 방송에서 휠체어를 탄 젊은 부부의 생활을 다룬 적이 있어요. 집 안에서 휠체어를 타고 다닐 수 없으니까 밥을 할 수도 없고, 세탁기 속의 빨래를 꺼낼 수도 없더라구요. 이런 문제로 다투는 부부를 보면서 집안의 턱만 없애도 싸움이 반으로 줄고, 행복은 배로 커질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습니다. 장애인의 이동을 제한하는 사회 곳곳의 턱만큼 집안에서의 턱도 심각하다는 걸 절감했죠."

이씨는 이번 후원회 밤에 열리는 인기 연예인들의 애장품 경매 행사를 직접 기획, 탤런트 최수종, 채시라, 영화배우 하지원, 방송인 황현정, 가수 이문세 등 방송 스타들의 값진 물품을 직접 모으러 다니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기보다 방송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쌓아온 연예인들에게 연락을 취했어요. 그랬더니 모두들 제 얘기를 듣고 단번에 기꺼이 돕겠다고 하시더군요. 얼마나 힘이 되는지…." 이씨는 "한 사람이 한 그루씩 마음에서 우러난 사랑의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 머지 않아 주위에는 거대한 사랑의 숲이 만들어질 것 아니예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1988년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KBS에 입사한 이씨는 3년 전 프리 선언을 한 뒤 현재 KBS '아침마당'과 KBS 2FM '이금희의 가요산책' 등을 진행 중이다.

/배현정기자 hj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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