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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 만세는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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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 만세는 아니고!

입력
2003.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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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조선에 원병을 보낸 명(明) 신종(神宗·1563∼1620)이 재위 52년 만에 죽은 뒤 그의 아들 광종(光宗)이 왕위에 올랐으나 약을 잘못 복용해 한 달 만에 죽고 말았다. 광종의 아들로 제위에 오른 희종(熹宗)은 열여섯 살로 유모인 객씨(客氏)에게 아이처럼 의존하고 있었다. 당연히 객씨가 상당한 권력을 쥐게 되었는데 객씨는 또 태감 위충현(魏忠賢)과 가까운 사이였다.위충현은 희종이 좋아하는 목공예에 몰두하고 있을 때를 노려 중대사를 아뢰었고 희종은 하던 일에서 눈도 떼지 않고 "대신이 알아서 처리하라"고 국사를 미루곤 했다.

자연히 위충현은 조정의 실권을 장악하게 되었으니 아첨하는 무리들이 그의 주위를 둘러쌌다. 신하와 백성이 황제에게 경축사를 올릴 때 "만세!"라고 외쳤는데 위충현에게는 '만세'에서 천 년 감한 "구천세(九千歲)"라고 불러 올렸다고 한다.

조공국인 조선의 임금에게는 만세와 구천세의 차이인 '천세'를 올렸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만 살, 구천 살, 아니 천 살을 산 사람이 있었을까마는 만세를 못 살면 말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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