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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바그다드 함락 아랍권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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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바그다드 함락 아랍권 표정

입력
2003.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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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 국민들은 9일 TV를 통해 바그다드 함락 장면을 지켜보면서 분노와 저항심을 감추지 않았다. "미군의 군화 발에 아랍이 짓밟혔다"는 아랍인들의 말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이려는 고통이 배어 있었다.10일 요르단의 수도 암만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깊은 절망감과 함께 미국을 향한 욕설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지하드 샤라야(33)는 "미군의 승리는 예상했지만 어떻게 이틀 만에 바그다드가 무너질 수 있느냐"며 "바스라도 2주를 버텼는데…"라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시민은 "신께서 몇 년 안에 미국을 쇠락시킬 것"이라며 "두고 보라, 아랍을 삼키려는 미국의 야욕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소리쳤다.

아랍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택시를 모는 나예프 알카이시(46)는 "석유를 위해 이라크를 친 미국은 적어도 2년 이상 머물 것"이라며 "앞으로 미군의 인접국 침공은 물론, 이라크에서도 내전이 벌어질 것"을 걱정했다.

시민들의 분노와 달리 지도자들은 대미 비난보다는 속히 이라크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원론으로 일관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모하메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 등은 인도적 지원, 조속한 안정과 전후 재건을 주로 강조했다. 다만 이라크 침공을 경험한 쿠웨이트는 바그다드 함락을 적극 환영했다.

아랍 언론들은 바그다드 함락 초반 후세인 동상의 철거 장면 등을 방송하지 않았으나 얼마 되지않아 이를 그대로 방영했다. 아랍의 대표적인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미 해병이 후세인 동상의 목에 성조기를 거는 장면을 방영하며 "이 장면이 바로 이라크전의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암만=김용식특파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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