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이 SK그룹에 사정의 칼날을 드리운 배경은 무엇일까. 분식회계 수사결과 발표 때도 그랬지만 서영제 서울지검장 역시 당분간 재벌 수사 계획이 없음을 밝혔던 터라 SK는 물론 검찰 내부에서조차 그 배경에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수사팀인 형사9부는 수사 사실이 한국일보 보도로 드러나자 적잖이 당황하면서도 겉으로는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인규 부장은 "불의(不義)를 보고 어떻게 그냥 넘어가느냐"며 원칙론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비자금은 없다. 있어도 안한다"고 했던 첫 수사 당시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SK 비자금에 관한 기사가 나간 이후 한국일보 취재팀에는 SK와 다른 대기업은 물론 정계와 관계에 이르기까지 "더 아는 게 있느냐"는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1심 재판 때 일부 임원들이 혐의사실을 부인하며 '저항'하자 검찰이 겁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핵심 임원 한 두명 경고하면 될 것을 관련자들을 줄소환하는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반박성 대답에는 입을 꾹 다문다.
거창한 '음모론'도 나돌고 있다. 검찰이 나중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사정의 칼을 휘둘러야 할 때 활용하기 위한 수사자료 축적 차원에서 수사를 하다 들통이 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팀은 "절대 아니다"고 손사래를 친다. 수사팀은 SK 비자금 수사를 뒤늦게 시인했지만 수사팀의 '히든 카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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