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배우들은 중국어로, 저는 우리말로 대사를 하다 보니 상대방 대사가 언제 끝날지 알아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탤런트 김민(28)이 출연한 베이징TV(BTV)의 34부작 역사드라마 '독행시위(獨行侍衛)'가 13일부터 매주 토·일 밤 9시5분 iTV에서 방영된다.
김민의 중국어 실력은 초보급이지만, 지역 사투리가 표준어와 판이하게 다른 중국의 드라마는 더빙 작업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회당 800만원의 파격적인 출연료에 특급호텔과 전용밴까지 제공받았다. 방영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김민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한류(韓流) 스타답게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국내 방송사보다 높은 드라마 출연료가 부풀려진 것은 아닐까. 김민은 "중국에서는 드라마를 사전 제작해 프로그램 견본시장에서 거래하는 방식이 정착했다. 중국에만도 2,000여개의 채널이 있어 거액의 개런티를 줘도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설명했다.
그가 맡은 영녕공주는 명나라 신종 황제의 친동생으로, 남자 주인공인 젊은 무사 종원과 사랑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정략결혼을 해야만 하는 비운의 운명이다.
"청룽(成龍)과 함께 출연했던 영화 '엑시덴탈 스파이'를 본 감독님이 연락을 해 왔어요. 서구적인 제 이미지가 당시 명나라 공주 이미지와 맞아 떨어졌던 모양이에요." '독행시위'의 연출은 영화 '만종'으로 1989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중국 5세대 감독 중 하나인 오자우가 맡았다.
지난해 6월 시작한 촬영은 4개월 동안 베이징과 서북지방을 오가는 강행군이었다. "음식과 물이 안 맞아 고생했어요. 몸무게가 5㎏이나 줄었을 정도니까요." 내몽골의 모래바람 때문에 피부 트러블도 생겼다.
촬영 관행이 한국과 너무 달라 놀랐다는 김민은 "사전제작제로 찍다 보니 드라마 전체 내용을 다 알고 연기하는 점은 좋지만, 시청자 반응을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고쳐 나갈 수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김민은 중국 장춘TV의 현대극 '날개'에도 캐스팅 돼 4월 말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이제 한류 스타 대열에 들어섰다고 운을 떼자, "중국쪽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것은 아니다. 역할만 마음에 든다면 어느 나라 영화든 출연하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기획사 대표는 "10살때 미국으로 이민 갔던 배우로서 할리우드 진출이 최종 목표"라고 귀띔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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