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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전교조 / <하>교단 갈등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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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전교조 / <하>교단 갈등해소

입력
2003.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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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M중학교는 교원 42명 중 18명이 전교조 조합원이지만 좀처럼 다툼이 없다. 조합원들은 "교장선생님이 먼저 불합리한 학교 규정이나 관행을 고쳐놓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단체협약 통과 때도 그랬다. 초과시간 수당을 받을 수 있는 기준 시간수가 부장 교사와 일반 교사가 차이가 나는데, 그 차이를 줄이는 협약이 통과되었다. 그러자 교장이 먼저 기준시간표를 만들어 전 교직원의 의견을 묻고, 이를 즉각 반영했다.조합원들도 교장의 합리적 학사운영에 일종의 '보답'을 했다. 지난해 성과급 반납 연가투쟁이 시작됐을 때 이 학교에서는 시늉만 하는 차원에서 한 사람만 참여한 것이다. 안정된 분위기 덕에 이 학교에서는 교사간 갈등은 물론 왕따나 학교폭력도 거의 없다. 이 학교 교장은 "나는 한 게 없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구성원들은 "모든 것을 학생과 교사위주로 운영하려는 교장선생님의 노력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원간의 갈등은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교장이 언제나 한 발 양보하고 대화로 풀어나간 덕이다.

이 학교 분회(전교조의 학교별 단위)장인 K교사는 "교장선생님의 유연한 리더십이 없었더라면 교장, 부장 교사등과 갈등으로 치달을 사안이 많았으나 다행히도 적절한 조화로 위기를 극복하곤 했다"고 말했다.

대개 교장 등 간부교사들은 '전교조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전교조측은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관행이 존재하고 학교장이 왕처럼 군림하는 학교에서 주로 충돌이 빚어진다"고 진단한다. 그러므로 학교장도 '노조'를 다루는 CEO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직경력 20년의 한 장학사는 "교장들의 경우 평생을 아이들하고만 생활해서인지 아무래도 갈등 해결에 취약하다"며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함양할 수 있는 연수교육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식의 개선뿐 아니라, 이번 기회에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양대 교육학과 정진곤 교수는 "지금처럼 개별 학교의 분쟁에 전교조가 나서서 '서면 사과' '교육청 농성' 등의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할 것이 아니라 교직단체 대표, 학부모, 전문가 등이 고루 참여하는 갈등 해결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또 "노조가 있으면 사용자도 노조를 통제할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현 교원노조법은 이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투쟁이 한없이 거칠어질 수 있다"며 "교원단체도 달라진 위상에 걸맞게 법과 제도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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