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도 학습능력이나 인성교육 못지 않게 생활경제에 대한 이해와 올바른 경제활동 습관을 가르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개인파산자와 신용불량자의 양산에서 나타나듯 경제와 금융에 대한 무지와 잘못된 습관은 고도 신용사회에서 건전한 생활인으로서의 실존 근거를 일시에 무너뜨리는 사태까지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 은행과 증권·신용카드사 등 금융권은 자녀들의 조기 경제교육을 위해 각 가정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용돈
어린이 경제교육의 첫걸음으로 꼽히는 것은 용돈기입장을 활용하는 것. 적절한 용돈관리를 통해 어린이 스스로가 자신의 소비행위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용돈기입장' 10만부를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는데 한은 홈페이지(www.bok.or.kr)에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도 있다. 현행 초등학교 5학년 실과교과서의 '용돈 아껴쓰기'편에 수록된 것과 같은 양식으로 제작됐다.
어린이 이름으로 등록하면 일기와 함께 매일매일 용돈 사용내용을 적을 수 있다. 용돈 수입항목은 '지난 달에 남은 돈' '용돈' '집안일 돕기' 등으로, 지출항목은 '아이스크림' '과자' '인형' '저축' '필기구' 'PC방' 등으로 자세하게 나눠져 아이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PC상에서 이용할 경우 해당 항목을 채우는 순간 잔액이 표시되며, 월별·기간별 용돈 수입·지출 통계가 그래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신용카드
비씨카드가 4월 중 무료로 배포할 예정인 어린이용 신용교육 교재 '뺑코 아저씨와 함께 하는 1013 부자 되기'도 기대를 걸 만하다. 최근 어른들의 신용불량 문제와 관련, 어렸을 적부터 돈의 활용방법과 신용관리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개그맨 이홍렬이 뺑코 아저씨로 등장, 신용과 경제와 관련된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내용이다. 15분짜리 비디오 테이프와 만화책으로 구성됐다.
조흥은행이 만든 핸드북 형식의 만화 '신용카드, 바르게 알고 제대로 쓰기' '재미있는 화폐 이야기' '금리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초등학생용 '금융 노트'도 조기 경제교육 차원에서 권장할 만하다. 조흥은행은 앞으로도 물가, 환율, 국제수지, 연령별 금융상품 가이드 등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금융과 경제현상을 만화로 쉽게 설명한 교재를 계속 발간할 예정이다.
증권
어린이에게 주식투자의 간접체험을 제공하는 금융상품도 있다. 우리은행이 1월 내놓은 '우리모아 소액투자신탁'은 주식 및 주식관련 파생상품에 50% 이하를 투자하는 상품으로, 가입한도를 최고 100만원으로 정해 적은 돈으로 주식시장의 원리를 배울 수 있게 해준다. 8일 현재 1만9,000여 명의 어린이 고객이 가입했다.
한편 한국증권업협회는 현재 운영중인 '무료 강사파견 프로그램'을 통해 고등학교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증권시장에 대한 이해와 올바른 투자생활 등을 교육하고 있다. 20인 이상 단체의 초청이 있으면 전문가를 파견해 교육하는데, 마포고등학교의 경우 3월28일부터 7월4일까지 12회에 걸쳐 일련의 강의를 예약해 둔 상태다.
교육프로그램
이밖에 지난해 은행권 처음으로 금융교육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국민은행은 5월부터 전국의 초등학교를 돌아다니며 경제관련 순회강연을 열 예정이다. 국민은행 박 철 전문연구원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금융지식은 외국과 비교해 거의 문맹 수준인데 이는 조기 교육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며 "어린이 조기 경제교육은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미래의 신용불량자 예방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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