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경매(競賣)' 하면 복잡하고 난해한 법원 경매를 연상한다. 하지만 경매라고 모두 그런 것만은 아니다. 시중 백화점들도 정기적으로 고객 유치를 위해 경매를 실시한다.백화점 경매는 실제 매장에서 팔고 있는 신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경매 참가자들도 모두 아마추어라 조금만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면 좋은 상품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다. 백화점 경매는 서비스 성격이 강해 정기 세일보다 훨씬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므로 실속파 고객에게는 더 없는 알뜰 쇼핑 기회다.
유행 안타는 고가 상품이 제격
경매는 백화점 입장에서는 집객 효과를 노린 사실상의 '미끼성' 이벤트다. 그러나 이런 경매의 장점을 잘 활용하면 뜻밖의 수확을 거둘 수 있다.
백화점 경매의 물건은 인기 신상품류와 재고유형으로 나눠진다. 주로 개점 행사나 창립 기념행사, 정기 세일 행사 기간에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경매 시에는 인기 신상품들이 주로 나온다.
반면 시즌이 끝난 후 실시하는 경매는 재고 처리를 위한 것이다. 백화점들은 역마진을 감수하고 협력업체와 함께 서비스 차원에서 경매를 하기 때문에 정상가보다 매우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의류, 생활가전, 가구, 액세서리, 식기, 식품, 잡화 등 다양한 상품들이 경매에 나온다. 최근 들어서는 디지털 가전, 모피, 수입 명품, 캠코더, 홈시어터, 수입 자동차 같은 고가 제품들도 경매 단골 상품이다.
의류, 생활가전, 잡화류 등은 정상가의 30% 수준에서 경매를 시작해 70% 안팎의 가격대에서 낙찰된다.
반면 가전제품 같이 규격화된 생활용품이면서도 구매 단위가 높은 물건은 정상가의 40∼50%선에서 시작해 소비자가의 80%에 팔린다.
장롱이나 침대, 쇼파, 고급 카페트, 모피 코트 등과 같이 일회성 소비재가 아니면서도 가격대가 높고, 개성에 따라 선호도 큰 차이가 있는 상품들은 경매 참가자가 적어 정상가의 절반 값에 구입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구입 종류와 상한선은 미리 정해라
백화점 경매에 참가하면 충동구매를 할 확률이 높다. 대다수 백화점 경매의 시초가가 정상가의 40% 이하를 밑돌기 때문에 우선 싸다는 인식과 함께 호기심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백화점 경매에는 명품 같은 인기 상품이 시중보다 싼 가격에 나오기 때문에 여성들의 경우 충동 구매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경매에 참가할 때는 사전에 어느 제품 경매에 참가해, 어느 가격대에서 구입할 것인가를 반드시 정해 놓아야 한다. 경매는 3인 이상의 참여자가 있으면 진행된다. 법원 경매와 달리 현장에서 거수나 호가 형식으로 빠르게 진행된다. 호가는 10만원 이하는 5,000∼1만원 단위로, 100만원 이하는 1만∼10만원 단위로 올라간다.
백화점은 경매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통 낙찰가 최고 한도를 정상가의 80∼90% 수준으로 제한한다. 경매가 치열해져 낙찰 한도 설정액 이상으로 호가가 몰려 나왔을 경우에는 추첨을 통해 설정 낙찰가로 판매한다.
일부 백화점의 경우 고가 물건은 참여 기회를 제한하기도 한다. 지난달 롯데백화점은 수입자동차와 가전제품 경매를 실시했는데 당일 10만원 이상 고객에게만 입찰권을 제공했다.
백화점들은 연중 꾸준히 경매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올해 2월부터 매주 2회 정기적으로 경매 행사를 진행한다. 롯데와 신세계, 갤러리아, 그랜드, 뉴코아, LG 백화점 등은 정기 세일이나 브랜드세일, 창립 기념주간 등 특별 행사 기간에 한해 점포별로 이벤트성 경매를 실시한다.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경매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실시하는 행사인 만큼 사려는 품목과 상한선을 미리 정해놓고 참가하면 알뜰 구매를 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전단을 통해 사전에 지식을 갖고 경매에 참여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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