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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紀" 빠진 검사 / 재판에 안나타나 공판검사가 대리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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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紀" 빠진 검사 / 재판에 안나타나 공판검사가 대리심문

입력
2003.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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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막내 처남 이성호(72)씨가 연루된 사건의 재판이 열리는 법정에 담당 수사검사가 아예 나타나지 않아 공소장조차 준비하지 못한 공판검사가 대신 주먹구구식으로 피고인을 심문하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건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공판검사는 "구형을 해달라"는 판사 지시에 "추후 '서면 구형'으로 대신하겠다"고 밝혀 검찰은 '검사 없는 공판'과 '서면 구형'으로 직무유기를 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9일 오전 10시 서울지법 519호 법정. 형사1단독 노재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될 수십여 건의 형사사건 공판 중에는 전 동아건설 사장 이창복(57) 씨로부터 5억원을 받아 이성호씨에게 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백선(57)씨의 첫 공판도 포함돼 있었다.

오전 10시 무렵 법정에 출두한 박씨측 김모 변호사는 1시간30분이 지나도록 담당 수사검사가 나타나지 않자 판사에게 "모든 증거를 인정하니 공판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대개 수십 건의 사건 재판이 진행될 경우 변호사가 법정에 오는 순서대로 심리가 이뤄지지만 이날 검사가 나타나지 않아 순서가 계속 뒤로 밀리자 '검사 없는 공판'을 요청하고 나선 것. 노 판사가 법정 사무관과 변호사에게 공적자금비리수사본부가 설치된 서울지검 서부지청에 연락할 것을 지시했으나 사무관이 "전화를 했으나 (검사가) 없다고 한다"고 답하자 법정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노 판사는 낮 12시까지 심리를 마감해야 하는 촉박함 때문에 김 변호사가 검사 없이 공판을 진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한차례 심리가 연기된 사건인 만큼 더 기다릴 수 없다"며 다른 사건의 심리를 위해 법정에 있던 공판 검사에게 대신 주심문을 맡겨 공판을 진행시켰다.

그러나 사건내용을 모르는 공판 검사는 판사에게 "공소장이 없다"고 말했고, 판사는 법정 사무관에게 재판부의 공소장을 넘겨주도록 함으로써 검찰 심문이 가까스로 시작됐다. 공판 검사는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 사실만 질문할 수 밖에 없었고, 변호사 반대심문까지 끝나자 노 판사는 검찰에 구형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판 검사는 "추후 서면구형으로 대신하겠다"고 답했고 이로써 이 사건의 첫 공판이자 결심 공판이 마무리됐다.

법원 관계자는 "법적으로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구형'은 재판부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과 변호사에게 알리는 의미도 있다"며 "검사가 담당 재판에 참석지도 않고 서면구형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담당 검사는 "사정상 못 나간다는 사실을 공판검사에게 알렸어야 했는데 미처 그러지 못했다"며 "다투는 부분이 많은 사건이라 이날 결심할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공판검사도 "공판을 연기하려 했으나 재판부와 변호사가 결심을 요구해 '그럼 나중에 구형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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