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고질적 문제점 중 하나는 흥행 및 소통의 소구층이 극히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의 관객층을 주 타깃으로 삼는 것. 가족 단위는 물론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영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가 반가웠던 건 그래서였다. '선생 김봉두'(감독 장규성)나 곧 개봉될 '보리울의 여름'(감독 이민용) 등이 반가운 까닭도 마찬가지다. 이제 한편의 뜻 깊은 소품이 그 목록에 더해진다. 기획부터 치자면 7년 여, 촬영에만도 4년 가까운 세월을 쏟아 부은 끝에 탄생되었다는 '동승'(감독 주경증)이 그것이다.언뜻 본격 불교 영화의 냄새가 짙게 풍기지만, 아홉 살 애기스님 도념(김태진 분)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설파하는 코믹 휴먼 드라마다. 외모와 포경수술, 섹스 등 지극히 인간적 상념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사춘기 총각스님 정심(김민교)과 평소엔 자상하고 유머 넘치면서도 때론 폭력적(?)이리만치 엄격한 큰스님(오영수) 등이 합세해 이야기가 꽤 풍성하다. 정색하고 따지자면 흠도 적지 않지만 빼어난 연기 앙상블과 더불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맛이 여간 쏠쏠하지 않다.
주제는 알겠는데 그래도 심심하고 따분할 것 같다고? 그런 분들은 '매트릭스'의 조엘 실버 제작, 리롄제·DMX 주연의 '크레이들2 그레이브'가 제격일 듯하다. 각본·제작의 뤽 베송, 음악의 에릭 세라, 주연 장 르노 등 예의 '레옹 사단'이 다시 뭉쳤다는 이유만으로 원제('와사비')와는 무관한 제목을 달고 선보이는 '레옹 파트2'도 있지만, 혹 보게 되더라도 제목에 속았다거나 불어의 영어 더빙이 어색하다며 기분 나빠하지는 말기를 충고한다.
두 영화는 공히 아버지와 딸 사이의 부정을 곁가지로 다루는데, 오락성의 세기로만 치자면 '크레이들…'이 두 수쯤 위다. 그 속내는 닳고 닳은 여느 할리우드 오락 영화와 하등 다를 바 없지만, 아프리카-아메리카인들과 중국계 아시아 인 등 미국 내 소수 인종들이 내내 영화를 장악하고 이끌어가는 외양을 지켜보는 아이러니컬한 재미는 결코 작지 않다. 그 점에서 영화는 에미넴 주연의 '8마일'을 떠오르게 하는데 인기 래퍼 DMX는 에미넴만큼은 아니어도 퍽 인상적 열연을 보여준다. 말 수 적은 리롄제의 '외팔 권법'도 제법 인상적이다.
내가 정말 '강추'하고 싶은 영화는 실은 '무서운 신예' 장준환의 주목할 만한 장편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너무나도 엉뚱한 상상력의 한계를 실험하면서도 '찐한' 페이소스와 진정성을 동시에 안겨주는 영화의 묘한 매력에 동참해 보길 적극 권한다. 흔치 않은 영화적 체험의 장이 될 게 틀림없을 테니까. 좋아하건 싫어하건 상관없이.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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