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설립을 마구 인가하고 입학정원을 끝없이 늘려 주더니, 드디어 대학 인수합병(M&A) 시대가 되었다. 교육부가 9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주요 정책과제 속에는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학과간 통폐합과 대학간 인수합병 등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경영이 불가능한 대학은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대학이 너무 많아 경영이 어려운 학교가 많고, 유사학과가 난립해 경쟁력이 없는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대학도 구조조정의 필요가 있으면 해야 한다. 그러나 뻔히 이런 현상이 일어날 줄 알고도 그동안 대학과 정원을 무작정 늘려 온 실정의 책임은 누가 지나. 그토록 늘려놓고 이제 와서 줄이겠다니, 그 낭비와 부작용과 잡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대학입시 수학능력시험은 응시자가 대학정원보다 모자라는 이변이 일어났다. 산술적으로는 모든 고교 졸업생이 대학에 갈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청소년 인구 감소로 고교 졸업생은 크게 줄었는데, 반대로 대학정원은 계속 늘려 온 탓이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은 올해 또 학과신설 정원조정 등을 이유로 1,500여명의 정원을 늘려 주었다.
지금 지방대학들은 학생모집에 혈안이 되어 있다. 등록금 면제, 기숙사 제공 같은 미끼와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도 학생수를 채우지 못한 대학들은 교수와 교직원들에게 책임량을 할당해 많은 교수들에게 스트레스가 되었다. 경영난으로 이미 문을 닫은 대학도 있다. 이런 현상을 모를 리 없는 교육당국이 증원정책으로 일관해 왔으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왕지사요 엎질러진 물이라면, 학과 통폐합과 대학 인수합병이라도 부작용과 잡음을 최소화하도록 당부하고 싶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을 정해 대학간, 또는 학과간 합의로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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