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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노케 히메' / 오랜 기다림… "원령공주"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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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노케 히메' / 오랜 기다림… "원령공주"가 온다

입력
2003.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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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1997년)는 오랫동안 불법 비디오 테이프로만 돌던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전설적 애니메이션이다. 히사이시 조(久石讓)의 웅장한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환상적인 대자연의 절경은 압도적이다. 사슴과 멧돼지 그리고 들개를 변형시킨 집채 만한 동물 신과 생존을 위해 숲을 넓혀 가려는 인간의 싸움은 스케일, 사실성, 주제의 깊이에서 경외감을 불러 일으킨다. 어린이에게는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며, 청소년과 어른에게는 자연의 위대함과 첫 사랑에 눈뜨는 소년 소녀의 설렘을 환상적으로 포개 놓은 서사시다.16세기 무로마치(室町) 막부 시대의 북쪽 변방. 에미시 부족의 후계자인 소년 아시타카는 저주 받은 멧돼지 신의 공격을 받은 이후 팔에 지워지지 않는 멍이 든다. 저주의 비밀을 풀기 위해 그는 멀리 서쪽의 시시 숲을 향해 떠난다.

그러나 시시 숲은 숲을 확장하려는 타타라 제철소 마을 주민과 숲의 신들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을 벌이는 전쟁터다. 아시타카는 들개의 신 모로에게 습격을 받고 계곡으로 떨어지는 타타라의 주민을 구하다가 모로가 키운 산(모노노케 히메)을 만난다. 한편 불로장생하려는 욕심에 조정은 시시 신의 머리를 노리고, 제철소를 탐내는 무사들이 타타라 마을을 덮치면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대립이 맞물려 들어간다.

'모노노케 히메'는 아름답다. 카운터 테너 요시카즈 메라가 부르는 청아하고 신비한 주제가는 그 분위기를 잘 전달한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은 '자연은 선, 인간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서는 다층적인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화승총 제철소로 대표되는 근대의 태동기로 거슬러 올라가 인간의 자연 파괴를 돌아본다. 그러나 마을 주민의 복지를 위해 산을 깎아내고 숲을 정복하는 여성 군주 에보시의 논리에도 귀를 기울임으로써 균형을 잡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 전체를 살려내려는 그의 구도자적 열정은 아시타카를 통해 자연과 인간 사이의 불화를 중재하려는 노력으로 나타난다.

땅을 밟을 때마다 풀과 꽃을 피워내는 시시 신을 비롯, 자연파괴를 일삼는 인간에 대한 원한을 차츰 이해와 사랑으로 바꿔가는 야성의 소녀 산, 문둥병 환자까지 품어 안는 당찬 여군주 에보시 등 생명력 넘치는 캐릭터는 개성적이다. 특히 산과 아시타카가 서로를 길들이고 사랑에 눈 떠가는 과정은 인상적이다. 인간에 대한 분노로 아시타카를 향해 칼을 휘두르던 산은 나중에는 부상당한 아시타카를 위해 음식을 씹어 입으로 넣어줄 정도로 변화한다.

화살을 맞고 목이나 팔이 날아가는 장면 등 미야자키 하야오 답지 않은 폭력적 장면이 눈에 띄지만 그만큼 영화가 말하려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구상 기간만 16년에 작화(셀) 14만4,000장, 제작비 240억원을 투입한 대작으로 일본에서 1,4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5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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