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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30대를 위한 쪽지]\\'30대, 그대의 열정을 다시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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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30대를 위한 쪽지]\\'30대, 그대의 열정을 다시 보고싶다\\'

입력
2003.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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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를 시작하며20대의 본능과 충동, 40대의 망설임과 조바심. 한국의 30대는 정확히 이 양자 사이에 서 있다. 집단일 때 그들은 시장의 트렌드를 좌우하는 탐욕스런 소비자, 정치사회적 여론 형성의 주도층이라고 칭송되지만 개인적으로는 끊임없이 직업적 성공과 홀로서기를 강요받는 세대다. 치기어린 풋사랑이나 무모한 도전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고 가족부양 등 새로운 책임을 부여받지만 개인적 성취 욕구는 어느 세대보다 강하다.

"남보다 한발짝 앞서가지 않으면 퇴출된다." 이 땅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이 명제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30대는 이 명제를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 즐기는 이중적 성격을 갖는다. 자유분방하고 역동적인 그들의 삶은 이제 상시 경쟁체제에 익숙해 있다. 그들은 실패가 없는 삶보다 자극이 없는 삶을 더욱 견디지 못한다.

우리 사회의 중간자이면서 중심축으로 부상한 30대, 그들은 어떤 자극을 원할까. 한국일보는 30대, 특히 30대 샐러리맨의 특성과 고민을 투영하고 보다 나은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기획 '30대를 위한 김재원의 쪽지'를 주 2회 연재한다. (주)여원 대표를 지낸 칼럼니스트 김재원씨가 집필하는 이 기획은 매주 월·금요일 C섹션 3면에 게재된다. 이에 앞서 김씨는 30대의 의식 및 행태적 특성, 사회적 위치와 역할, 연재할 글의 성격 등을 담은 글을 보내왔다.

김씨는 현재 미디어홀딩컴퍼니인 '코리아드림미디어'대표로 있으며 '히딩크를 리쿠르팅하라' 등의 저서가 있다.

/편집자주

약력

1939년 서울 출생

고려대 영문과, 연세대 경영대학원

중앙일보 주간·여성부장

수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월간 여원 발행인

한국증권분석사협회 회장

한국네트워크마케팅협회 회장

성욕보다 뜨거운 30대의 불길을

직장생활이 섹스처럼 재미있다면, 아니 호프집이나 인터넷 성인 사이트 만큼이라도 재미있다면, 성공이니 구조조정이니 하는 말에 신경쓸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영향력있는 10% 내의 인물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평균 이상으로 살고 싶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성공해야 된다.

20∼30대 고학력 청년 실업자가 4명에 한 명 꼴이라는 사실에, 20대는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30대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이라크 전쟁으로 국내외 경제가 엉망이 되리라는 예측기사를 볼 때도 20대와 30대는 반응이 다르다. 20대는 "나야 뭐, …설마"라며 지나쳐 가지만, 30대는 "대한민국에 요즘 설마가 어딨냐"고 퉁명을 떤다.

"30대 샐러리맨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싶다"는 명제를 내걸고 이 쪽지는 시작된다. "불을 지르고 싶다니, 우리가 뭐 불길도 없는 세대인 줄 아나"라는 30대의 질문이 쏟아져 나올 법 하다. 사실 원래 끌래야 끌 수 없는 것이 30대의 불이다. 성공을 향한 30대의 불길은 20대의 성욕보다 거세다. 너무 불길이 세차고 거칠어 가까이 하기도 힘들 만큼 뜨거워야 하는 30대. 활화산 같은 그 불길이 30대를 지배한다.

그런데 지금 그 가슴에 불을 지르겠다고 나서는 것은, 그 불이 이미 꺼지고 있음을 전제하는가? 대한민국 30대 샐러리맨의 가슴에 불길은 휴화산처럼 식어가고 있는가? 30대 전원이 자문자답해 볼 만한 화두다.

20대의 충동과 30대의 사려깊음

20대는 무책임까지도 허용받을 수 있다. 가족에 대한 책임도, 여자에 대한 책임도 없다. 아직 부모 곁에 있다면 꼭 돈을 벌어야 되는 것도 아니다.

솔로를 면하고 '여우와 토끼'가 그의 인생에 추가되면 20대에 1인분이면 충분하다던 행복도 3∼4인분, 최소한 2인분으로 증가한다. 행복의 증가와 함께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도 대개 30대에 시작된다. 20대의 아마추어리즘은 30대에 프로로 전향된다. 취업 3년차까지는 수업료 내고 공부하는 기분으로 출근했다. 30대가 되면 전문성을 요구받는다. 아니면 프로 대접을 받지 못함은 물론, 성공하려고 발버둥을 쳐도 구조조정이라는 덫에 치이기 쉬운 체질이 된다.

30대는 승진이라고 불리는 직급의 에스컬레이트를 체험하게 된다. 20대에 그토록 우습게 보던 그 직급의 에스컬레이션 말이다. 일에 재미를 붙이거나 얽매인 나머지 여자와의 밤도 사양하는 출세주의가 30대에 시작된다. 새로운 책임과 함께 불확실한 미래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30대. 가능성만이 유일한 존재이유였던 20대를 지나면서, 미래는 결국 자신의 손으로 디자인 할 수밖에 없다는 비전 설정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된다.

20대에는 충동이 지배했다. 사표를 쓰는 것도, 처음 만난 여자와 당일 맺어지는 것도, 여자의 눈물을 구경할 수 없는 이별도 충동 하나로 해결했다. 30대에 여자 문제를 충동 하나로 좌지우지할 바보는 없다. 탱탱한 본능과 충동을 얼버무리는 사려깊음을 배운다.

돈은 필요한 만큼 벌면 된다는 20대의 무감각이, 돈이 없으면 삶의 질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자각으로 바뀌는 시점에 30대는 선다. 20대의 '쓰는 재미'가 30대에 '버는 재미'로 바뀌지 않으면, 부자되기는 틀렸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30대에 준비해야 되는 기분 나쁜 시나리오

5년차 샐러리맨 가슴의 불길과, 5년차 실업자의 가슴에 타오르는 불길은 어느 쪽이 더 뜨거울까? 취업전문 회사나 헤드헌터들이 이 나라 30대에게 던져볼 만한 질문이다. 성공을 향한 불길과 취업의 열망을 가늠하기 위해서.

30대라면 대개 샐러리맨 경력 5년차에서 10년차 사이다. 30대 전원이 샐러리맨과 백수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어제의 샐러리맨이 오늘의 백수가 되는 경우는 얘깃거리도 안된다. "백수가 되면 가슴도 없고 불길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직 백수는 아니다. 진짜 백수는 "백수라고 가슴도 없을 줄 아냐? 불길도 없을 줄 아느냐구!"라고 저항할지 모른다.

30대 샐러리맨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요구받고 있다. 소속된 부서가 갑자기 없어져버리는 시나리오를 하나 마련하라는 요구가 첫째. 그런 시나리오를 마련하던 날 밤 만취하여 오줌을 싸버린 샐러리맨도 있다. 괜찮던 회사가 부도 처리되는 날벼락 시나리오를 준비해 두라는 요구도 있다. IMF 이후 우리가 많이 구경해온 그 시나리오 말이다.

오전에 웃던 상사가 오후에 울 듯한 얼굴로 "미안하네. 자네랑 오래 일하고 싶었는데…원수놈의 IMF!"라며 퇴직을 통고해 올지도 모른다는 기분나쁜 시나리오도 피해가기 어렵다. 심지어 '잘리고도 살아 남는 방법'을 강구하라는, 목없는 귀신의 삶을 권유받기도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이 최악의 시나리오 이상으로 대한민국 샐러리맨을 협박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나 사표 쓸까?' 묻고 싶은 아저씨

404040을 아는가? 주당 40시간씩 4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은퇴하게 되면 평상수입의 40% 정도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미국판 샐러리맨 백서다.

하지만 대한민국 샐러리맨의 키워드는 503020이다. 주당 50여시간을 30여년간 일하고(40년씩 보장하는 직장은 이 나라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잘리거나 물러난 다음에는 평상수입의 20%도 안되는 돈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 503020 속에서 성공해야 한다. 직장생활을 쫑코 배급기간이나 좌천 강조기간, 구조조정 특별기간, 몸값 세일기간으로 마감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 30여년을 성공 축제기간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성공을 무슨 제3외국어나, 요즘 신문에 한창 뜨는 아랍어처럼 어렵게 생각지 말라. 평범한 인간이 비범한 일을 해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성공이라고 부른다. 이제 30대는 그 비범한 일을 시작해야 한다.

평범한 30대 모두에게 이 쪽지를 보낸다. 아내 손에 이끌려 백화점 세일에 가느니 이 성공 축제기간에 동참하라. 곁눈질로라도 '김재원의 쪽지'를 읽는 것이 성공 축제기간의 멤버가 되는 것이다.

30대의 가슴에 지르고 싶은 불길이 이 쪽지 속에 숨겨져 있다. 가능하면 히딩크 같은 코치로 30대 앞에 서고 싶다. 아니면 치어리더는 어떤가? 승부에 전혀 상관 없는데도 춤추는 치어리더는 경기를 신나게, 재미있게, 아기자기하게, 익사이팅하게 관전하도록 하는 분위기 메이커다.

그렇다. 한 사람의 치어리더로서 30대 앞에 선다. 그래도 깊은 밤 괴로워 잠 안 올 때 전화를 걸어 '아저씨 나 사표 쓸까'를 물어보고 싶은 사람이 이 시대에 꼭 있어야 한다. 이 쪽지로 그 역할을 자임한다.

smileok@kn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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