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대변인 빅토리아 클라크(43)는 군사 분야에는 정통하지 않은, 민간 출신 여성이다. 자신도 전투지식이나 무기 체계에 관한 한 비전문가라는 사실을 감추지 않는다. 2001년 첫 브리핑 때 기자들을 향해 "나는 여러분을 위해 헬기의 뒷날개를 분해해 보일 수는 없다"고 선언했을 정도다.그런 대변인에게 미국 언론의 찬사가 쏟아진다. 유려한 말 솜씨를 가져서가 아니다.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국방부의 폐쇄적인 언론관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내부 개혁자의 모습이다. 시사 주간지 타임의 한 기자는 "그는 국방부의 극적인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고 평했다.
무엇보다 600여명의 종군기자들이 이라크 전장에서 미군과 숙식을 함께 하며 매일의 전투 상황을 전하게 된 데는 클라크 대변인의 적극적인 역할이 있었다.
군 내부의 부정적 측면과 전투의 참상이 노출될 수 있다며 종군기자 확대에 부정적이었던 상사들에게 그는 "전쟁은 전쟁이다. 전쟁은 추악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가능한 진실에 가깝게 보여주는 것이다"고 외쳤다. 객관성의 문제 등 많은 논란이 있지만 종군기자들에 대한 취재개방 정책은 적어도 미국 입장에서는 이라크의 선전공세를 차단하는 효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 노무현(盧武鉉) 정부는 언론 개혁을 실험하고 있다. 언론이 개혁과 변화의 시대적 요구에 예외일 수 없다는 데 토를 달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이 언론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인 요구가 돼서는 안 된다. 정부 내부에서부터 정보 제공 환경의 변화를 꾀하지 않고는 노무현식 언론개혁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클라크 대변인은 일깨워 주고 있다.
김승일 워싱턴 특파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