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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전교조 / <중>출범 14년… 깊어진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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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전교조 / <중>출범 14년… 깊어진 그늘

입력
2003.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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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 밖에 쫓겨나서도 '너희들에게 세상을 제대로 가르쳐 주고 싶다'고 외치던 선생님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1989년 전교조 설립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김모(28)씨의 회고다. '전교조 1세대'에는 이처럼 강렬한 '참교육'의 이미지가 남아 있다. 전교조 설립 1년만에 1,600여명의 교사들이 교단에서 쫓겨나고 86명이 교육공무원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지난해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는 전교조 해직교사들을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 교육민주화 등에 궁극적인 설립목적이 있음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설립 초기 표방한 '촌지수수 거부' '체벌금지' '학생인권신장' 등은 대중적으로도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또 학교 현장의 권위주의를 몰아내고 학교운영위원회 지원활동을 통해 학교 내 수평적 의사소통에 기여한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전교조는 '학교 현안으로부터 멀어졌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한 중학생 학부모는 "NEIS철폐, 교육개방 반대, 반전교육 등이 과연 입시에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당장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모든 정책이 학부모와 교사의 요구에 부응할 수는 없다"며 민주화 이전에는 전교조 주장의 상당 부분이 사회적 요구와 일치했지만 '세계화'와 '경쟁력'이 키워드가 된 요즘은 사회 여러 집단과 충돌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했다.

'강성' 집행부도 일선교단의 여론과 거리가 있다는 평이다. 전남의 한 전교조 간부는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전교조 중앙집행위에는 각각 16명의 시·도 지부위원장과 상임집행위가 모이는데, 상임집행위의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말했다.

전교조측은 "NEIS문제도 전 집행부에서는 교육부에 상당 부분 권한을 주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지금은 전면투쟁에 나서고 있다"며 "교육부측과 막후교섭 없이 정면돌파 하다보니 과격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전교조 소속교사들은 학급경영 모임이나 참교육 실천활동 등을 통해 교육환경개선에 노력하고 있지만, 합법화 이후 '노동 3권'을 기대하고 가입한 일부 교사들은 '전교조=참교육'이라는 등식에 어색해하고 있다.

경남 A고 교사 박모(30)씨는 "교직이 성직이라는 것은 이데올로기일 뿐이며 전교조도 교사의 권익보호를 위한 집단일 뿐 특별한 윤리의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노동 3권'과 '참교육'의 조화, 설립 14년만에 조합원 10만에 육박하는 대조합으로 성장한 전교조의 숙제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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