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과연 무엇일까. 돈, 향수병, 음식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오는 것은 뜻밖에도 '영어'가 아닌가 싶다.미국 교수에게 배우고 미국 학생들과 경쟁해야 할 마당에 영어가 부족하다면 과연 제대로 된 유학생인가 반문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실생활에서 이 문제는 가장 심각하게, 때로는 정말 처절하게 유학생들을 괴롭힌다.
처음부터 영어를 네이티브(Native) 수준으로 구사해 별 어려움 없이 학교생활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영어에 얽힌 말 못할 에피소드를 갖고 있고 그 중 몇몇 사례는 구전을 통해 각 학교마다 전설처럼 전해진다. 시간이 지나면 농담처럼 얘기할 수 있겠지만 겪을 당시에는 진땀이 나고 때론 큰 망신을 당한 사례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유학준비 과정에서는 토플과 GRE 등 입학지원에 필요한 시험이 영어공부의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미국 대학에 와 처음 경험했던 혼돈과 충격은 늦깎이 유학생에게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한국 유학생들이 시험 성적과 실제 영어 구사능력의 차이가 가장 큰 외국 학생 가운데 하나라는 말이 절로 실감났다.
가족과 함께 미국 생활에 적응하는 동안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서바이벌 영어'는 자연스레 늘어가지만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해보겠다는 처음 목표는 추구하면 할수록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많은 유학생들이 이 목표를 향해 오늘도 전공과정 강의는 물론 각종 영어교실과 개인교습 등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이런 노력 없이는 유학생활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내 대학원 입학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이전보다 훨씬 엄격한 영어 구사능력을 요구하고 있는 추세다. 또 연구조교(RA)보다 강의조교(TA)를 선호하게 되면서 유학생들에게 영어 구사능력의 중요성은 갈수록 각별해지고 있다. 여러 해 동안 영어와 담쌓고 살아온 나 같은 직장인 출신 유학생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는 답답한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변에서 언어의 장벽을 뚫고 성공하는 한국 유학생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볼 때마다 감탄과 함께 다시 도전할 용기를 얻게 된다. 같이 수학하던 동료가 미국 유수대학의 교수직을 얻고, 미국에서 사귀게 된 친구들이 각종 대학 연구소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부러움을 넘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미덕은 의외로 간단하다. 영어를 배우는 일에 매우 적극적이며 평소에도 활기차게 생활한다. 미국 생활과 유학 생활의 성패를 간단히 결정할 수 있는, 그렇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지혜가 아닌가 싶다.
이 상 연 미국 조지아대 저널리즘 석사과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