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장의 자살사건 이후 침묵을 지켜 온 전교조가 총공세로 나섰다. "교장이 사과를 하지 못하게 막은 교감과 지역교장단 때문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게 전교조의 주장이다. 전교조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도 '개혁을 바라지 않는 수구세력의 총공격'이므로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과와 자숙을 기대해 온 여론에 찬 물을 끼얹은 기자회견이었다.우선, 자신들의 잘못은 언급하지 않은 채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가 놀랍다. 서승목 교장이 남긴 메모에는 '공갈협박'을 당한 정황이 기록돼 있었고, 인터넷을 통한 인신공격도 사실이었다. 교감과 교장단 때문에 자율적 해결이 불가능해지자 부담과 절망감에서 목숨을 끊었다고 믿기는 어렵다. 내주부터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지만, 경찰에 의해서만 사실이 밝혀지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전교조는 억압적 분위기였다고 주장하는 교장단회의의 구체적 정황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교조에 대한 비난을 수구세력의 반동 쯤으로 일반화·격하하는 것은 전교조가 여전히 이분법적 사고와 독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학부모단체의 움직임과 언론의 지적, 전교조 배척운동의 이유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문제를 촉발한 기간제 교사제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황제처럼 군림하거나 학교경영에서 전횡을 일삼는 교장들도 일부 있을 것이다. 전교조가 학교개혁 투쟁을 다짐하며 제시한 기간제 교사 신분보장, 성차별 실태조사 등은 모두 필요한 일이다. 불합리한 질서와 관행도 당연히 타파돼야 한다. 그러나 그런 문제는 대화와 교육적 자세로 풀어가야 한다. 교권신장과 함께 참교육을 추구하는 전교조가 투쟁으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거나 나만 옳다는 자세를 고집한다면 갈등은 더 커질 것이며 그 과정에서 교육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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