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바그다드의 티그리스강 동쪽. 미군 탱크가 포신을 기자들이 대거 투숙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호텔쪽으로 돌렸다. 몇 초 뒤 포탄이 15층에 있던 로이터 통신 사무실을 강타했다. 로이터통신 카메라맨 타라스 프로츄크(35)가 그 자리에서 숨졌고, 스페인 텔레신코 TV의 카메라맨 호세 쿠소(37)는 부상을 입고 후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이 포격으로 3명의 다른 로이터 통신 기자와 스탭은 상처를 입었다.미군 탱크의 포격 얼마 뒤 미 공군기는 바그다드 시내에 있던 아랍어 위성 TV방송 알자지라 사무실을 폭격했다. 타라크 아유브 기자가 숨졌다.
바그다드 중심부에 대한 미군의 공격으로 8일 하루동안에만 3명의 기자가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하는 등 기자들의 희생이 잇따랐다. 국제 언론기구들과 각국 여론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 이라크전 개전후 22일 동안 숨진 11명의 기자중 단 한 명만 빼고는 모두 미·영 연합군에 배속(embedded)되지 않은 '자유취재 기자'들이어서 미·영 연합군이 이들을 위협해 이라크에서 내몰려고 한다는 비난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호텔 사건은 미군의 조준 포격 논란으로 국제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군 중부 사령부는 "호텔 건물로부터 사격을 받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포격을 가했다"며 "사상자들에게는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미군측 발표와는 다른 증언을 하고 있다. 영국 스카이 TV의 데이비드 차터 특파원은 "호텔이나 그 주변에서 단 한 발의 총성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어트 리네반 로이터 편집국장은 "미군이 팔레스타인 호텔에 거의 모든 외국기자들이 투숙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 호텔 포격은 미군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기자연맹(IFJ)은 "이날 공격이 기자들을 겨냥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는 중대하고 심각한 국제법 위반행위다"라고 밝혔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언론이 유례없이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며 "미·영 연합군에 배속되지 않은 자유 취재 기자들에 대한 미군의 태도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날 포격은 미군이 감시받지 않고 바그다드를 파괴할 수 있도록 기자들을 위협해 이라크를 떠나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난했다.
뉴욕 타임스는 8일 걸프전 때에는 43일의 전쟁기간 중에 숨진 언론인이 단 한명도 없었으나, 22일째로 접어든 이번 전쟁에서는 이미 1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알자지라 방송은 8일 취재진 전원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킬 것이라고 발표했고, 일부 다른 언론사들도 이라크에서의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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