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 투자냐, 과잉 투자냐'반도체에 이어 차세대 황금산업으로 떠오른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위해 삼성과 LG가 앞 다퉈 대규모 투자 경쟁을 벌이는 데 대해 업계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LCD 7세대 조기 투자 계획을 밝히자 LG필립스 LCD는 9일 6세대에 조기 투자할 의사를 내비쳤다. 대만, 일본 등의 경쟁업체가 5세대 라인 건설에 주력하는 것에 비하면 한발 앞서가고 있는 셈이다.
과잉투자 우려
LCD 시장 안팎에서는 서서히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증권 최석포 수석연구원은 "LCD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려면 결국 TV 수요를 대체해야 하는데, 기술적 결함 등으로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2006년까지 LCD 업계 생산 능력이 연간 40% 이상씩 확대되는 추세로 생산량이 수요보다 15% 정도 넘어서 가격폭락 사태가 우려된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때문에 라인 하나 당 1조원이 넘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LCD 투자가 가격하락이나 공급과잉 등에 직면할 경우 자칫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나친 경쟁으로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하락을 불러올 경우 최근 수년간 공급 초과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반도체 D램 업계와 비슷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불가피한 선행투자
하지만 업계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LCD 산업의 속성상 선행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입장.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가 과감한 선행투자를 통해 기선을 제압, 세계 1위로 떠오른 것처럼 대만, 일본 등과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려면 선도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굿모닝 신한증권의 정용래 연구원도 "국내 업체의 경우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선두 자리를 굳히기 위해 일정한 기간 동안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그 동안 경험상 가격하락으로 인해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로서는 공급 과잉을 우려하기보다는 기술력과 생산라인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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