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의 국내 송환으로 의혹의 재점화가 예상됐던 '세풍' 사건이 새로운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8일 검찰이 발표한 최종 수사결과는 1999년 9월 대검 중수부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 당시 대부분 공개됐던 내용이다. 특히 의혹의 핵심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개입 여부는 '임채주 당시 국세청장에게 격려전화를 했다'는, 이미 밝혀진 정황 외에는 아무런 실마리도 잡아내지 못했다.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부수적인 범죄 혐의들도 대부분 공소시효 완료나 국세청과의 무관성 등을 이유로 '면죄부'를 받았다. 수천만∼수백만원씩의 대선자금을 유용한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에 대해 횡령 및 배임수재 혐의를 인정하고도 처벌하지 않은 부분, 서상목 전 한나라당 의원과 이 전 총재의 동생 회성씨 등이 별도로 모금한 70억원의 출처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경진흥이 한나라당에 별도로 건넨 것으로 드러난 2억원에 대해 처벌하지 않은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이 전 차장이 대선자금 166억3,000만원 전체의 모금에 관여했으며 이 전 차장과 회성씨가 호텔방에서 대선전략 등을 함께 논의했다는 점 등이 새로운 내용이지만 사건 전체로 볼 때 큰 의미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회성씨와 부국팀 핵심 관계자 이모씨 등이 출석을 거부한데다 이 전 차장과 무관한 범죄들의 공소시효가 완료돼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한 변호사는 "회성씨 등에 대한 적극적인 소환방법을 강구하지 않은 부분은 이미 이 전 총재에 대한 '봐주기' 의사가 있었다는 반증"이라며 "또 지난 2월까지 정치인과 언론인들의 공소시효가 살아있었는데도 기소중지 등 시효 연장 노력을 하지 않은 점은 수사의지를 의심할 만한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정도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게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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