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쟁 랠리'의 최대 주도주는 방위산업도 TV방송도 아닌 건설주였다. 건설업체 주가는 반등장에서 다른 어떤 업종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일부 종목은 투자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 정도로 상승세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건설경기가 그다지 좋지 않고 아파트값도 안정추세를 지속하고 있는 데 왜 건설업체 주가는 뛰는 것일까.일반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전통적인 대중주인 건설주는 현 증시의 축소판이라고 할 정도로 최근 시장의 주요 변수와 재료를 한꺼번에 안고 있다. 이라크전쟁에 따른 전후 복구 기대와 내수 둔화에 따른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 행정수도 이전, 건설사 자체 구조조정 등 다양한 요인들이 맞물려 있다. 하지만 건설주 랠리는 단순 '장미빛 기대'만을 토대로 한 단기 급등세인 만큼 추격 매수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많다.
8일 증시에서 건설업종 지수는 59.48포인트로 전날보다 0.67포인트 상승하며 6일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현대건설이 이라크전쟁 조기종전 기대에 따른 1조여원의 미수금 회수 가능성과 전후 복구사업 참여 기대감으로 이틀째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 중저가 건설주들이 상승을 주도했다. 현대건설은 올 3월 11일까지만 해도 1,055원까지 내려갔던 주가가 개인들의 투기적 매매로 이날 2,905원을 기록하며 17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까지 LG건설·대림산업·현대산업개발 등 우량 건설주 매매에 가세해 건설주 내에서도 차별화 현상을 만들고 있다. 우량 건설주들은 이날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매도로 하락 반전했다. 삼성증권은 "일부 건설주의 경우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이 아닌 막연한 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면이 있지만, 최근 건설주 강세는 건설경기 연착륙에 대한 희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설비투자 감소 및 내수 소비 침체로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조기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설 경우 건설업종의 수혜가 예상되고 이라크 전후복구 및 유동성장세 기대 등도 반영되고 있다. KGI증권 엄승섭 연구원은 "올 1월 건축 허가면적과 수주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6.8%, 23.3%증가했다"며 "허가면적과 수주액은 건설경기 선행지표로 앞으로 1년 정도의 건설경기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업체들의 체질 개선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우량 건설사들은 경기 둔화 속에서도 높은 외형 성장률과 수익개선의 징후를 보이고 있으며 차입금 감소, 매출채권 및 재고자산 등의 과감한 대손상각을 통한 재무 건전성이 향상됐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창근 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시장에서 디스카운트(평가절하) 요인으로 작용했던 건설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며 "성장산업이 아닌데다 단기 급등에 따른 일부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도 있지만 수주량이 많고 펀더멘털이 좋은 우량 건설사의 차별화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 매물 부담도 적지 않다.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는 "건설업지수와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땅값이 최근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2001년 이후 대림산업과 LG건설의 시장초과 수익률이 200%를 넘는 만큼 서서히 비중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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