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미군 탱크가 바그다드 중심부를 유린하자 아랍인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랍권이 충격에 휩싸였다. 이들은 이라크가 승리할 수는 없어도 미국에 타격을 입힐 수는 있을 것이라고 믿어왔다.요르단 수도 암만은 이날 도시 전체가 침울해 보였다. 개전초 이라크군이 의외로 선전한다며 기뻐하던 모습과는 정반대이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부당한 전쟁이다. (이라크를) 돕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되뇌였다.
시민들은 이날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얼굴에는 허망함과 분노가 교차했다. 시민 아이만 알하예크(35)씨는 "슬프지만 미국이 이기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며 "어제도 수많은 민간인이 죽는 것을 보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반전시위 정도 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지하드 샤라야(27)씨는 "이 전쟁은 해방전쟁이 아니다. 미국은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소리쳤다. 또다른 시민은 "이라크가 이대로 무너지는 것이냐"며 안타까워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카페 점원인 하이트함 알 바와디(30)씨는 "우리는 사담(후세인 대통령)이 미국에 가능한 한 많은 피해를 입혀 미국이 다른 아랍 국가를 함부로 공격할 수 없도록 해주길 바랬다"고 털어놓았다.
레바논 시민들은 대부분 미국 TV 보도보다 모하메드 사이드 알 사하프 이라크 공보장관의 주장을 믿고 싶은 표정을 했다. 절망적인 표정으로 "사담! 당신의 군대는 어디에 있느냐"고 소리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성전 참여 행렬이 한층 길어졌다. 성전을 자원한 한 30대 남자는 "우리는 사담이 아니라 신을 위해 우리를 희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리아인 암자드 모하메드(23)씨는 "바그다드는 신성한 아랍의 땅"이라며 슬퍼했다.
한편 이날 이란의 일부 시민들은 사담 후세인 체제의 종말이 가까워 졌다며 기뻐하기도 했다. 소나 마라라니(28)씨는 "이라크가 1980년 우리를 침공, 수많은 어린이와 국민들이 숨진 것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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