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극장에서 뮤지컬 영화 '시카고'를 보았습니다. 르네 젤웨거, 캐서린 제타 존스 모두 멋지더라구요. 노래와 춤이 하루 아침에 익혀지지는 않을텐데. 과연 주연 배우들이 직접 춤을 추고 노래를 했는지 궁금합니다. (golightly@empal.com)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영화 '시카고'는 눈 앞에서 뮤지컬을 보는 듯한 생동감으로 가득합니다. 속물 변호사 빌리 플린 역의 리처드 기어, 정부를 쏘아 죽이고 감옥으로 가는 록시 하트 역의 르네 젤웨거, 역시 남편을 죽인 벨마 켈리 역의 캐서린 제타 존스가 직접 춤을 추고 노래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생동감은 덜 했겠죠. 세 사람은 '올 댓 재즈' '셀 블록 탱고' '래즐 대즐' 등 모두 12곡을 함께, 또는 혼자서 불렀습니다.
제작사는 탁월한 뮤지컬 배우의 역량을 함께 갖추고 있는 배우들을 물색했습니다. 빌리 플린 역에 '그리스' '토요일 밤의 열기' 등으로 빼어난 춤 솜씨를 보여준 존 트라볼타에게 몇 번이나 제의가 갔던 것도 그 때문이죠. 하지만 리처드 기어의 경력도 그에 뒤질 게 없습니다. '아메리칸 지골로' 이후 섹스 심볼로 이미지가 굳어지기 전 리차드 기어는 1973년 24세 때 영국 런던에서 공연한 록 뮤지컬 '그리스'에서 춤과 노래 실력을 뽐낸 바 있습니다.
12세 때부터 고향인 영국 웨일스의 극단에서 '벅시멜론' '애니' 등 뮤지컬에 출연하며 무대를 주름잡던, 탭 댄스 챔피언 출신 캐서린 제타 존스는 말할 것도 없겠죠. 코러스 걸로 시작, 펑크를 낸 주연을 대신해 뮤지컬 '42번가'의 무대를 빛낸 적도 있으니까요. 원래 시나리오에는 벨마가 긴머리로 설정돼 있는데, 캐서린 제타 존스가 굳이 짧은 단발 머리를 고집했답니다. 머리가 길면 관객이 대역을 쓴 것으로 오해할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뒤집어 보면 대단한 자신감입니다. 캐서린 제타 존스가 지난달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영화에 함께 출연한 래퍼 퀸 라티파와 공연을 펼친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뮤지컬 무대에 서 보지 않은 사람은 르네 젤웨거가 유일한 듯 하군요. 하지만 그녀는 몰래 숨겨 둔 재능이 있었는지 '물랑 루즈'에서 주역을 따기 위해 니콜 키드먼과 경쟁을 할 정도였답니다.
아무튼 르네 젤웨거를 비롯 '시카고'의 배우들은 8주 동안 춤과 노래를 집중적으로 훈련한 끝에 관능과 재즈가 어우러진 뮤지컬 영화 '시카고'를 자신의 힘으로 소화해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온라인 상영관 iFilm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28분짜리 제작과정 다큐멘터리 'Reinventing an American Art Form'을 맛보기로 즐기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http://www.ifilm.com/filmdetail?ifilmid=2451564).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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