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전후 이라크 처리 문제에 대해 입장 조율을 마쳤다. 유엔을 참여시키되 보조적인 역할만 맡기겠다는 것이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은 8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유엔이 미영 연합군과 함께 후세인 정권 붕괴 후 이라크 과도정부 구성에 참여,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전후 처리 문제는 복구 과정을 미·영이 주도하느냐, 유엔에 맡기느냐로 압축된다. 그 동안 미국이 피를 흘린 국가만이 복구의 과실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해 온 반면, 영국은 유엔의 역할을 강조해 양국간 이견을 보여 왔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미국이 기존 입장에서 물러선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유엔이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는 의미에 대해 부시는 "이라크 국민들이 자유롭게 살도록 돕고, 식량과 의약품을 제공하는 등 인도적 원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에 덧붙여 "이라크 국민들의 해방과 복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이라크 과도정부는 미영이 주도하고, 유엔에게는 상징적이지만 '중요한' 인도적 분야를 맡기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두 정상은 또 "이라크 과도정부는 이라크 국민의 의견을 존중, 이라크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 유엔 주도론을 펴고 있는 프랑스 등의 견해를 에둘러 반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반전 입장에 섰던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등과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비공식 유엔 안전보장회의를 개최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유엔이 전후 이라크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9일부터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를 연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터 슈트루크 독일 국방장관은 "유엔 주도로 복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독일 등 유럽은 평화유지군 파견이나 복구 자금 지원에 불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후 복구 과정에서 일정한 몫을 보장하지 않으면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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