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북핵 문제 해법과 한미관계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의원들은 각료들 앞에서 새 정부의 성격을 놓고 색깔론 시비를 벌이는 등 치열한 공방을 전개했다.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완전히 다른 주문을 내놓았다. 민주당 이창복 의원은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 등 압박전술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남북 정상회담의 조기 추진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심재권 의원은 "경수로 2기 중 1기만 건설하고 나머지는 화력발전소로 대체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병호 의원은 "정부가 북미간 중재역을 자처한 것은 북핵 문제의 본질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고, 박 진 의원은 "북핵 위협에 대해서는 경제적 제재를 포함해 '당근과 채찍'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동맹관계에 대해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대등한 한미관계와 자주외교노선을 주문한 반면 한나라당은 한미동맹관계 훼손이 경제·안보 불안을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심재권 의원은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는 해외주둔 미군의 재편전략의 일환"이라며 "성숙한 한미관계 발전 차원에서 주한미군의 한강 이남 재배치 문제가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진 의원은 "정부의 섣부른 한미관계 재조정 요구가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논란을 불러와 결국 한미동맹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작전권과 관련해서도 이창복 의원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조속히 단계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대북정보의 90% 이상을 미군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작전권을 넘겨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라크 전 파병 문제에 대한 설전도 이어졌다. 한나라당 이재창 의원은 "노 대통령이 이라크전을 계속 명분없는 전쟁으로 보고 있어 국론 분열은 물론 파병부대의 사기도 크게 저하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재권 의원은 "미국이 북한 공격을 계획할 때 어떻게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를 요청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김병호 의원은 "항간에 노무현 정권을 386정권, 탈레반정권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소개한 뒤 "새 정부 핵심 자리에 진보적 인사가 대거 포진해 국가 안위가 걸린 정책결정의 균형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념공세를 펴기도 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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