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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전교조/<상>활동방식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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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전교조/<상>활동방식 변해야 산다

입력
200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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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합법화 요구 등으로 교사들이 타의로 정든 교단을 떠나는 등 우여곡절끝에 햇볕을 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설립 5년만에 기로에 섰다. 1999년 최초의 교원 노조로 발족한 이후 교단 민주화 등 적지않은 성과를 올린 게 사실이지만, 새 정부 들어 순수 교육단체로서의 테두리를 벗어난 활동 때문에 여론의 집중타를 맞고 있다. 최근 빚어진 초등학교장 자살사건을 계기로 전교조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3회에 나눠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주

"김 선생, 차 한잔 타와 봐. 난 목이 세 개니까 하나쯤 잘려도 상관 없거든…" 최근 서울 A여고 교무실에서 한 교사가 전교조 소속 교사에게 이런 비아냥을 던졌다. 그러자 전교조 교사는 '차 심부름'으로 교장 자살사건의 본질을 희화화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충남 보성초등학교 교장 자살사건 이후 심화된 교단의 갈등과 냉소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성초등학교 교장 자살사건은 현재 조사중이지만, 들끓는 여론은 전교조에게 자기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초기에 전교조에서 활동했던 이 학교 김 모교사는 "전교조의 주장이 상당히 옳고, 교육민주화에 기여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제제기 방식과 활동방식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감이 단지 이번 사건 하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문제다. "솔직히 저도 NEIS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정보유출 위험도 있고 하니까요." 부산 A고 유모 교사는 "그렇더라도 검토 기간을 갖는다든지, 꼭 실시해야 하는 건지, 한다면 자료입력을 어느 범위까지 할 것인지 등 대화를 하며 대안을 세워가야 하는데 무조건 반대로 나오니 거부감이 생긴다"고 꼬집었다.

조합원 내부에서도 집행부의 '강경투쟁'에 곤혹스러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전남 B중 이모 교사는 "교육개방 반대, 교장선출보직제 쟁취 등 사업 방향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NEIS문제는 단계적 투쟁 대신 대뜸 '연가투쟁'같은 초강경 방침이 나오는 바람에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전교조는 일선 학교의 개별적인 사안에서도 물의를 빚고있다. 서울 B여고의 경우 학생들이 교복에 이름표를 제대로 달지 않아 고심하던 교사들이 '교복에 이름표를 바느질을 해 붙이겠다'고 학생회 간부와 약속을 했다. 그러자 전교조 소속 일부 교사들이 '인격모독'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 학교 박모 교사는 "학생들은 오히려 덤덤한데 전교조 교사들끼리 며칠씩 회의하고 실랑이를 벌이고 해서 아이들이 마음고생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교원노조법 통과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비합법 시대의 어려웠던 조건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표출되었던 상대적 과격성, 급진성 등을 말끔히 걷어내겠다"고 다짐하고 "그간 다소 무례했던 행동이나 과격했던 행동들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겠다"는 말도 덧붙였으나 '현실'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전교조의 투쟁 일변도와 강경대응 방침은 합법화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 전교조가 발행한 '2003 겨울 일꾼 연수' 자료집에 따르면 '단체교섭 전술' 에 '사용자와 노조의 차이는 이해관계의 충돌이며 투쟁없는 성과는 없다' '철저히 비타협적인 태도를 견지한다'는 방침과 함께 실질적 대중투쟁 조직 방법으로 '지역별 연가, 업무 집단거부, 새로운 전술개발' 등이 명시되어 있을 정도다.

학생운동권 출신의 서울 D고 이모 교사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에는 각자 정치적인 목표가 분명했고 이분법적 사고도 가능했지만 이제는 거꾸로 힘있는 집단이 됐는데도 이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한다면 또 다른 폭력이고 이기주의"라고 지적했다. 자신을 초대 조합원이라고 말한 경기 K고 정모 교사는 "교직단체가 회원 숫자를 몇만명씩 보유하게 되면 언행이 신중해야 한다"며 "집단화한 의견이 자기성찰을 하지 않으면 결국 속앓이를 하는 것은 학생 등 말없는 다수"라고 말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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