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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속의 공학] 판소리와 벨칸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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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속의 공학] 판소리와 벨칸토

입력
200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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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성악이지만 유럽의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벨칸토 창법과 우리 국악의 판소리는 그 특성이 매우 다르다. 서양의 벨칸토 창법은 주로 콘서트홀에서 오케스트라 반주에 의해 연주되며, 오페라나 가곡이 가장 흔한 예일 것이다. 여기서 성악가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맑고 깨끗한 음색으로 부르도록 요구된다. 이에 반해 우리의 판소리는 야외에서 북 장단에 맞추어 다양한 리듬을 가지고 걸쭉한 음색으로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벨칸토 창법은 인간 발성기관의 공명을 최대한으로 이용해 오케스트라 반주에 묻히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음색을 내기 위해 진화한 창법이다. 그 방법은 우리 청각기관이 민감한 주파수 대역에서 큰 에너지를 방사하도록 발성해 소위 '가수의 포만트(singer's formant)'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음색을 갖도록 배음이 6, 7개가 되도록 발성한다.

판소리에서는 한 사람의 창자가 모든 배역과 효과음까지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음역도 넓어야 하고 다양한 음색을 구사해야 한다. 판소리를 서양의 벨칸토식으로 발성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하지 못하다.

두 사진은 벨칸토 창법을 구사하는 성악가와 판소리 대가의 목소리에서 채취한 신호의 주파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벨칸토에서는 보는 바와 같이 배음이 7개 정도 나타나는 반면에 판소리 발성의 경우 23개 정도나 관측된다. 또한 벨칸토에서는 배음의 위치가 기본음의 정수배에서 나타나는데, 판소리 발성에서는 배음의 위치가 기본음의 정수배를 벗어난 곳에서 나타나 '비조화성(inharmonicity)'을 보인다.

어떤 이는 서양의 벨칸토 창법이 아름다운 음색을 실현하기 위해 지나치게 인위적 발성을 하는 반면 판소리의 발성은 자연과의 조화를 이룬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문화나 예술은 그 배경이나 쓰임새에 따라 특성을 갖게 되는 것이므로, 벨칸토와 판소리의 단순한 비교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성 굉 모 서울대 전기컴퓨터 공학부 교수(음향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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