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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연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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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연규 PD

입력
200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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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날개짓, 작은 발놀림 하나를 담기 위해 며칠 밤을 뜬 눈으로 지새며 지켜보던 수많은 야생 동물들이 철창에 갇혀 울부짖는 광경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CITES-종의 묵시록'을 만든 이연규(41·사진) PD는 프라무카 시장을 처음 찾았을 때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늘다람쥐의 숲'(1997) '담비의 숲'(2002) 등으로 잘 알려진 자연 다큐멘터리 전문 PD인 그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그 많은 야생 동물들이 도대체 어떤 경로로 팔려왔을까"하는 의문을 품고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로 향했다. 프라무카에 잠입한 그는 동물 거래상 행세를 하며 친분을 쌓은 상인들의 안내로, 팔렘방 등 밀림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밀렵 현장과 프라무카를 정점으로 복잡하게 얽힌 국제 밀거래 루트를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다.

6개월여의 취재 기간 동안 위험한 고비도 많이 넘겼다. 프라무카 시장에서는 일단 흥정이 붙은 뒤 사지 않고 돌아서면 칼부림을 당할 수 있어 동물들을 사줘야 했다. 세계 유일의 극락조 서식처인 이리안자야 섬에서는 길목마다 지키고 선 반군들에게 수 차례 '통행료'를 뜯겼다.

이 PD는 "생계를 위해 밀렵에 나선 농민들을 마냥 탓할 수도 없어 안타깝다"며 "이리안자야의 한 노인은 '옛날에는 축제 때 한, 두 마리 정도만 잡았는데 농민들이 인도네시아 군인에게 총 사냥을 배워 밀렵을 자행, 깊은 숲에서도 극락조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탄했다"고 전했다.

화면에 담긴 원숭이, 곰 도살 장면이 너무 끔찍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오히려 나는 모자이크 처리 없이 다 보여주고 싶었다.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참상을 똑똑히 봐야 경각심을 가질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학대나 다름없는 동물 프로를 쏟아내는 제작자들, 그 프로를 보고 마냥 즐거워하는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고 정글 속에 있어야 할 야생 동물들이 도대체 왜, 그리고 어떻게 TV 카메라 앞에 서게 됐는지를 이제는 생각해봐야 한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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